반란(33)

격변의 시대, 세 가지 운명

by seungbum lee

가을, 이산갑은 산감으로서의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손에는 새로 매입한 임야의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얼마전 이충헌은 어느 날, 이 산갑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그리고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눈 뒤 " 나는 네가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하면서 벽장을 올라가더니. 작은 문갑 하나를 가지고 나와 이 산갑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 그 안애 들어 있는 토지와 임야는 선대 어르신들께서 여러사람들에게 대대로 남기고 불려 온 것이다. 이제는 네가 맡아 일구거라" 하였다."고창과 대마의 것은 너의 형제자매에게 나누어 줘라. 내가 유주사에게 처리를 하라고 일러놓았다. "



라고 말하며 자식인 이산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일제강점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일제강점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산감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깍듯이 인사했다.


산갑이는 온화한 미소로 답례했다. 그의 명성은 이제 이 지역 전체에 알려져 있었다.


일제강점 후 관직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아버지 이충헌을 위해 산감직을 받아들인 것이 벌써 7년 전의 일이었다.처음에는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일본 놈들의 개가 되느니 차라리 굶어 죽겠다"던 이 충헌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어머니 지영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있었기에 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산갑아,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어머니는 이해한다. 이 혼란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단다."



산갑이는 산감이라는 직책을 최대한 활용했다. 표면적으로는 일제의 관리였지만, 실제로는 이 직분이야말로 일본인들의 눈을 피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완벽한 엄폐물이었다.



산림 관리를 핑계로 넓은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었고, 외진 산속에서 한도회 동지들과 비밀 회합을 가질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번 돈을 현명하게 투자했다. 하나씩 사들인 임야와 전답은 어느새 그를 이 지역의 큰 지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오만하지 않았다.


소작료를 다른 지주들보다 적게 받았고, 흉년이 들면 아예 받지 않기도 했다. 또한 번 돈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산갑이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구나." 지영이 새로 지어진 집에서 흐뭇해했다.



충헌 역시 처음엔 아들의 친일 관직을 못마땅해했지만, 아들이 그 돈으로 가문을 일으키고 백성들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누그러졌다. "비록 일본 놈들 밑에서 일하지만 마음만큼은 조선 사람이군."



산갑이의 인품은 급기야 일본인들마저 감복시켰다. 업무 처리는 완벽했고, 조선인들 사이에서의 존경도 두터웠다.


일본인 부지사조차 "이산갑은 조선인 중에서도 보기 드문 인재"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한편, 산갑이는 비밀리에 윤서영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었다.


10여 년의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서영은 이제 신여성의 모습으로 조선 여성들의 교육과 계몽에 힘쓰고 있었다. 일제에 의해 강제 폐쇄된 그녀의 학당을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은밀히 자금을 지원한 것도 산갑이였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요?" 서영이 놀라며 물었을 때, 산갑이는 조용히 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깨끗한 돈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영은 산갑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일제의 관리이지만, 실제로는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이런 산갑이의 성공을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백정치였다. 3.1 운동 때 일본 헌병들에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 후, 그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독립? 그런 헛된 꿈은 버려야 해. 일본이 이기는 거야. 우리는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야 해."절망과 현실에 굴복한 정치는 이제 일제의 밀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본 관헌으로부터 산갑이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정치야, 너는 이산갑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 아니냐? 그럼 그놈을 가까이서 지켜봐라. 혹시 수상한 행동을 하면 즉시 보고하고."정치는 이 지시를 받고 산갑이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도움을 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감시하는 것이었다.


"도련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정치가 아첨하듯 말했다.
"정치야, 그렇게 말하니 고맙구나. 그럼 산림 관리 일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 산갑이가 답했다.


이렇게 해서 정치는 산갑이의 일을 도와주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산갑이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낮에는 산갑이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밤에는 그의 동향을 일본 경찰에 보고해야 하는 이중적인 삶이었다.



정치는 이즈음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렸다. 일본 관헌으로부터 받는 밀정비 덕분에 생활은 예전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무엇보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서영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정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서영이 새로 지은 학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정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어느 날, 정치는 용기를 내어 서영에게 다가갔다.


"소저님, 학당 일이 많이 힘드시죠?"
"아, 정치 씨... 네, 조금 힘들긴 하지만 보람이 있어요."
"제가... 제가 뭔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정치가 간절하게 말했다.


서영은 정치의 진심을 느꼈지만, 동시에 그의 복잡한 처지도 알고 있었다. 그가 일본 관헌과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운 마음은 알겠어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서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정치는 서영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것일까?

산갑이는 이제 이 지역의 큰 지주가 되어 있었다. 그의 인품과 능력은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일본인들마저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한도회에서의 활동은 더욱 적극적이었고, 독립운동 자금 조달에도 큰 역할을 했다.



"형님 덕분에 우리 활동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동지들이 고마워했다.

"우리 모두 조국 광복을 위한 일이니까요." 산갑이가 겸손하게 답했다.


반면 정치는 이중적인 삶 속에서 점점 더 깊은 갈등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서영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민족에 대한 죄책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격변의 시대,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선택을 했지만, 그들의 운명은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는 계속해서 굴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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