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브먼트의 낙엽과 회상
페이브먼트의 낙엽과 회상
이준영은 붉게 물든 낙엽 하나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마른 잎사귀의 섬세한 잎맥 위로 50여 년 전, 1970년대의 젊음과 낭만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스무 살 윤미예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긴 생머리에 청초한 눈빛, 살짝 미소 지을 때마다 깊어지던 보조개. 그녀는 당시 이준영이 속했던 문학 동아리의 '뮤즈'이자, 캠퍼스 전체의 '여신'이었다.
"준영 씨는 꼭 내가 그림 속의 모델 같다고 했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준영 씨는 나를 그리고..."
그때의 속삭임이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그녀는 이미 젊은 나이에 그림에 대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고, 지금은 국내 굴지의 유명 대학병원 설립자이자 성공한 화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평생 글을 쓰는 소설가로 살았지만, 그녀는 세상을 움직이는 거물이 되어 있었다.
이준영은 손 안의 낙엽을 꾹 쥐었다. 그는 평생 그녀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기에, 단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았다. 그의 모든 소설 속 여주인공은, 사실 윤미예의 파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