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 다른 소설(7) 낙엽 속의 초상

소설가의 마지막문장

by 이 범

소설가의 마지막 문장
​시간은 어느덧 겨울의 초입에 서 있었다. 이준영의 집필실 창밖은 삭막했지만, 그의 책상 위에는 그녀의 옛 사진 한 장이 늘 놓여 있었다.
​최근 들어 그의 몸은 급격히 쇠약해졌다. 며칠 밤낮으로 기침을 쏟아내고, 숨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죽음이란, 어쩌면 평생 홀로 살아온 내가 그녀에게 돌아가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지.'
​그는 마지막 소설의 제목을 **'낙엽 속의 초상'**이라 정하고, 마지막 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연필 끝은 미세하게 떨렸지만, 문장은 애틋하고 섬세했다. 그는 젊은 날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한 문장, 한 문장에 새겨 넣었다.
​마지막 문장: "마침내, 내가 그려온 미예, 나의 영원한 초상이여. 이제, 당신의 가을 품으로 돌아갑니다."
​그가 문장을 마치는 순간, 연필이 손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과 함께 호흡이 멎기 시작했다. 그는 겨우 비상벨을 눌렀고, 잠시 후, 앰뷸런스 소리가 고요한 새벽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