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 다른 소설(8) 낙엽 속의 초상

우연한 재회, 응급실

by 이 범

우연한 재회, 응급실
​이준영은 들것에 실려 구급대원들에 의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옮겨졌다.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의료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마침 그 시각, 병원 VIP 구역을 시찰하고 돌아가던 윤미예(이제는 윤미예 이사장)가 응급실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그녀는 특유의 단정한 오피스룩에 여전히 고고한 기품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순간 멈췄다. 들것에 실려 들어오는 초로의 환자, 핼쑥하고 주름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심장이 강하게 쿵 하고 내려앉았다.
​"잠깐만요. 저 환자, 저분..."
​윤미예는 무언가에 홀린 듯 들것에 가까이 다가섰다. 의료진에게 상황을 물을 새도 없이, 그녀의 눈은 환자의 옷깃에 달린 낡은 펜던트, 혹은 그가 손에 꼭 쥐고 있던 바싹 마른 붉은 단풍잎 하나에 머물렀다.
​그것은 50년 전, 이준영이 그녀의 스케치북 첫 장에 몰래 끼워 넣었던 가을의 증표와 같았다. 그녀는 순간 눈을 가늘게 뜨고 노쇠한 환자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준영... 소설가 이준영 씨?"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평생 잊은 적 없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