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 다른 소설(9) 낙엽 속의 초상

마지막 입맞춤

by 이 범

마지막 입맞춤
​윤미예의 부름에도 응급 상황에 놓인 이준영은 미동이 없었다. 그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최선을 다해 살리세요! 제가 이 병원의 이사장입니다. 모든 자원을 동원하세요!"
​윤미예는 의료진에게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심장 박동 모니터의 그래프는 완만한 직선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노환자의 창백한 손을 잡았다. 오랜 세월 끝에 다시 닿은 그의 손은 차갑고 거칠었지만, 여전히 그녀가 기억하는 그 힘줄과 마디를 가지고 있었다.
​"준영 씨... 당신이 왜 여기에..."
​그녀는 고개를 숙여, 그가 평생 그린 그녀의 초상을 바라보며 홀로 살아온 그의 삶에 마지막 입맞춤을 전했다. 따뜻한 눈물이 그의 마른 손등 위로 떨어졌다.
​그때, 모니터에서 길고 날카로운 '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설가 이준영은 응급실의 차가운 빛 아래, 평생을 그려온 사랑의 초상을 마주한 채, 마침내 그의 마지막 문장처럼 영원한 그녀의 가을 품으로 돌아갔다. 그가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붉은 낙엽은, 그녀의 눈물과 함께 잠시 촉촉하게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