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44)

윤서영의 죽음

by seungbum lee


몸이 만신창이가 된 윤서영이 이산갑의 사랑채로 돌아온 것은 밤이 깊어서였다. 산돌이가 부축해서 들어온 서영의 모습을 본 막심네는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어쩌다가 이렇게..."막심네는 급히 따뜻한 물과 약초를 준비했다. 서영의 온몸은 곤봉에 맞은 자국으로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고, 고운 얼굴은 부어올라 원래의 미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입가에는 아직 마른 피가 남아있었다.




"막심네, 아무나 여기에 들이면 안 됩니다."이산갑이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걱정 마십시오, 어르신. 입 밖에 내지 않겠습니다."막심네는 정성스럽게 서영의 상처를 닦아주고 약초를 달여 먹였다. 하지만 서영의 상태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열은 내리지 않았고, 기침할 때마다 피가 섞여 나왔다."어르신, 이래서는 안 되겠습니다. 의원을 불러야..." 막심네가 말했다 " 춘광병원 조선생님을 부르세요." 의원이 다녀간뒤 얼마동안 왕진치료를 히였다.


이산갑은 밤마다 서영의 곁을 지켰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들으며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나흘째 되는 밤, 서영이 갑자기 이산갑의 손을 붙잡았다."산감님... 산감님...""서영아, 말하지 마라. 기운을 아껴야 한다."


"산감님... 저는... 저는 아이들에게... 우리 글을 가르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서영의 목소리는 점점 가늘어졌다. 한때 그토록 아름답던 목소리가 이제는 바람에 흩어지는 잎사귀처럼 연약해졌다.


"서영아!"이산갑이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서영의 눈은 이미 감겨가고 있었다."우리... 우리 조선의... 아이들이... 언젠가는..."그녀의 마지막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영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서영아! 서영아!"이산갑의 절규가 사랑채에 울려 퍼졌다.


막심네가 달려와 서영의 맥을 짚어보았지만 이미 늦었다."어르신... 돌아가셨습니다."이산갑은 서영의 차가워진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서랍에서 꺼낸 작은 반지를 바라보며 이산갑은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서영과 함께 꿈꾸던 조선의 미래, 그녀의 맑은 웃음소리,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녀의 정성스러운 모습들... 이제 그 모든 것이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서영아... 미안하다. 내가... 내가 너를 지켜주지 못했구나."밖에서는 찬바람이 불어왔다. 이산갑의 마음도 그 바람처럼 차가워져 갔다.



​다음날 아침, 이산갑은 서영을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주었다. 흙을 덮고 돌을 쌓아 작은 무덤을 만들었다.
"서영아, 편히 잠들어라... 내가 반드시 네 뜻을 이어받아 우리 글을 지켜낼 것이다."
​이산갑은 무덤 앞에서 굳게 다짐했다. 그의 가슴속에는 서영을 잃은 슬픔과 함께 강한 분노와 결의가 타올랐다. 그는 복수를 맹세했다.


그리고 서영의 마지막 유언처럼, 아이들에게 우리 글을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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