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말살정책
1930년대 들어서면서 일제의 통치 방식은 더욱 가혹해졌다. 학당 화재 사건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조선총독부에서는 새로운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영광군청 대회의실에 지역 유지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소집되었다. 아유라 형사도 참석한 가운데, 군수가 총독부의 새로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앞으로 모든 조선인은 일본식 성명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회의실에 웅성거림이 일었다. 이산갑도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또한 학교에서는 조선어 교육을 완전히 금지합니다. 조선사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일본어와 일본 역사만을 가르쳐야 합니다."
군수는 계속해서 새로운 정책들을 나열했다.
"매일 아침 황국신민서사를 암송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신사참배에 참석해야 합니다. '나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이다'로 시작하는 이 서사를 모든 국민이 외워야 합니다."
이산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서영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우리말, 우리글을 완전히 말살하려는 정책이었다.
"교육 연한도 단축됩니다. 조선인들에게는 실업 교육 위주로만 가르칠 것입니다. 지나친 교육은 불필요합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무거워졌다. 몇몇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고, 또 다른 이들은 깊은 절망감에 고개를 숙였다. 이산갑은 겉으로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결의로 빛났다.
"우리의 이름과 언어, 역사를 빼앗으려는 저들의 술책에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회의가 끝난 후, 이산갑은 한도회 동지들을 비밀리에 소집했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이 아닙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시도입니다. 우리는 이에 맞서야 합니다."
젊은 동지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어떻게 맞설 수 있겠습니까? 저들은 너무나 강력합니다."
이산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저들이 빼앗으려는 것을 더욱 굳건히 지켜야 합니다. 우리의 언어와 역사를 비밀리에 가르치고,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승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분열되어서는 안 됩니다. 뭉쳐야 합니다."
그는 산돌이를 포함한 몇몇 동지들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했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지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우리의 결의를 다져주게. 그리고 저들의 감시를 피하면서도, 우리의 문화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지들은 이산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그들의 눈에는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그들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는 믿음으로 굳게 뭉쳐, 새로운 저항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난 후, 이산갑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산돌이가 마중을 나와 물었다.
"어르신, 무슨 일이십니까?"
"산돌아... 이제 정말로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있구나."
이산갑은 서영이 가르치던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제 그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도, 자신의 말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었다.
며칠 후, 마을에는 새로운 포고문이 붙었다.
"한글 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발행 중단" "모든 조선어 출판물 금지"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전면 금지"
백정치는 이 포고문을 보며 서영의 죽음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었다.
'서영ㅆ ... 미안합니다. 이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