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이산갑은 읍사무소를 나와 도동리 언덕 위에 있는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그는 종종 이곳을 찾았다.
우시장 바로 옆, 양쪽으로 정갈하게 다듬어진 측백나무 길이 이어졌다. 푸른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어 그늘을 드리웠다.
이산갑은 천천히 언덕길을 올랐다.숨이 차오를 무렵, 아담한 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소박한 건물이었지만, 십자가가 세워진 종탑이 하늘을 향해 있었다.
이산갑은 성당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 마룻바닥이 오래되어 삐걱거렸지만, 그 소리마저 경건하게 느껴졌다.제대 앞으로 다가간 이산갑은 무릎을 꿇었다. 제대 옆 감 실을 향해 난간에 손을 얹고 천천히 성호를 그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한참을 그렇게 무릎 꿇은 채 묵상하며 기도했다.
주님, 이 고장이 평화로워지게 해 주소서. 일본의 억압에서 벗어나 우리 백성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 주소서.'
그리고... 서영이를... 윤 가브리엘라를 당신의 품에 받아주소서. 그녀가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해 바친 사랑을 기억해 주소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영혼이 천국에 들어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해 주소서. 그녀가 꿈꾸던 세상이 언젠가는 이루어지게 해 주소서.'
이산갑은 또한 동생들을 위해, 한도회 동지들을 위해, 그리고 고통받는 모든 조선 백성들을 위해 기도했다.
'모든 일이 잘되게 해 주시고, 사람들이 무사하게 해 주소서. 특히 산우와 산호를... 그들이 위험한 자리에 있지만 당신의 보호 아래 안전하게 해 주소서."
한참을 기도한 후, 이산갑은 천천히 일어났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다.
성당을 나와 아무 숲 길을 내려오는데, 저 멀리서 흰옷을 입은 수녀 한 분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머, 오라버니! 어쩐 일로 성당에 오셨나요?"
가브리엘라 수녀였다. 이산갑의 여동생 이은혜였다.
화색이 도는 얼굴로 그녀가 반갑게 다가왔다. 수녀복을 입은 그녀는 청초하고 평온해 보였다.
"은혜야..."
이산갑은 여동생을 보자 마음이 평온해 지며 따뜻해졌다.
"오라버니, 기도하러 오셨나 봐요.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가브리엘라 수녀는 오빠의 수척한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응... 요즘 일이 많아서..."
"서영 언니 일 때문이시죠?"
이은혜의 눈에도 슬픔이 어렸다.
"나도 서영 언니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그분이 천국에서 평안하시길..."
"고맙다, 은혜야."
두 남매는 나무 숲 길을 천천히 걸었다.
"오라버니, 학당을 다시 짓는다는 소식 들었어요. 정말 좋은 일이세요."
"그래... 서영이가 하던 일을 이어가야지."
"하지만 조심하셔야 해요. 요즘 일본 경찰들의 감시가 심해졌어요. 성당에도 가끔 와서 우리를 지켜보곤 한답니다."
"너도 조심해라. 수녀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니까."
"저는 괜찮아요. 주님께서 지켜주실 거예요."
이은혜의 미소는 해맑고 평화로웠다.
"오라버니, 혹시... 서영 언니 이야기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서영이?"
"네. 언니가... 오라버니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요."
이산갑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서영이는... 참 훌륭한 사람이었어. 아이들을 사랑하고, 조선을 사랑하고..."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그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어."
"오라버니, 오라버니 잘못이 아니에요."
이은혜가 오빠의 손을 잡았다.
"서영 언니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열심히 걸었어요. 그분은 후회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그럴까..."
"분명해요. 제가 언니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언니는 평온한 표정이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옳다'라고 확신하고 계셨어요."
이산갑은 여동생의 말에 위로를 받았다."은혜야, 너는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는구나."
"오라버니가 저희 가족을, 그리고 이 고장 사람들을 지켜주시잖아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오라버니를 돕고 싶어요."
"기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기도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성당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이것도 조선을 지키는 일이잖아요."
이산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지."
우시장 근처까지 내려왔을 때, 이은혜가 멈춰 섰다.
"오라버니, 저는 이만 올라가야 해요. 오후 기도 시간이 다 됐어요."
"그래, 조심해서 가거라."
"오라버니도 건강 챙기세요. 그리고..."
이은혜가 오빠를 꼭 안아주었다.
"서영 언니도 오라버니가 건강하시기를 바라실 거예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 고맙다, 은혜야."
이은혜가 다시 언덕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이산갑은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나에게는 이렇게 좋은 동생들이 있구나. 산우, 산호, 그리고 은혜...'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서영아,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너의 꿈을,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나아갈 거야.'이산갑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도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에게는 함께할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