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감자, 당근 농장에는 알 수 없는 날벌레들이 참 많았다. 그중 벌과 유사한 벌레들도 있었다. 올리버는 벌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 눈엔 벌처럼 보였다. 한국의 장수말벌처럼 크고 날개소리가 드론 못지않았다.
한 번은 사륜바이크를 타고 농장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근데 작은 점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내 얼굴과 부딪혔다. 내 얼굴과 부딪힌 그 작은 드래곤은 내 목덜미를 타고 옷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소름 끼치는 느낌과 동시에 겁이 나 오토바이를 급하게 새웠다. 흙바닥에서 급정거한 사륜바이크는 완전히 멈출 때까지 약 5초가 걸렸다. 체감상 1분은 되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도 내 목 근처에 무언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급히 옷을 벗어 재끼려 했다. 그 순간 내 목덜미에 무언가 따끔했다. 손으로 재빨리 쥐어 잡아 던져 버렸다. 그 벌레를 손으로 움켜쥠에 망설일 수 없었다. 목덜미에 정체 모를 날벌레의 독이 주입되느니 손에 물리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내 몸을 기어 다니는 느낌이 날 때는 아주 거대한 날짐승 같았지만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모습을 보니 작은 벌이었다. 땅바닥을 설설 기는 모습이 꿀벌 같기도 했다. 쏘인 곳을 만져보니 미세하게 부어 있었다. 혹시 몰라 사무실로 향했다. 동료 직원에게 상처를 봐 달라고 했다. 그 직원은 잘 안 보인다고 말하며 약상자의 위치를 알려줬다.
그날 퇴근 할 때까지 불안했다. 혹시 이게 단순한 벌이 아니라 “독성이 있는 말벌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호주의 날벌레를 검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 일이 끝날 때쯤 목덜미를 만져보니 부어있던 부위도 가라 앉아 있었다. 조금 전 크게 걱정한 나 자신이 조금 민망했다.
‘모기에 물려도 이보단 오래갔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