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었어요.
발표 일주일 전부터 이미 심장이 쿵쾅거리고 잘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이거 다들 경험해 보셨죠?
그 느낌 있잖아요, 가슴이 답답한데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그 느낌.
발표 생각만 하면 손에 땀이 나고,
"망하면 어떡하지?" 생각하면서 숨을 쉬기 어려워졌어요.
그리고 분명 방금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상황.
웃겼던 게,
우리 몸이 엄청난 위험에 빠진 것처럼 반응한다는 거예요.
그냥 파워포인트 앞에 서는 건데 말이죠.
어깨와 목이 나무처럼 뻣뻣해지고,
밤에 잠이 안 와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꿈에서도 제가 두려워하는 상황이 나오더라고요.
이 외에도 불안할 때, 나타나는 신체증상들이 많겠지만
이게 다 우리 몸이 "조심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발표하다가 말을 더듬으면?
질문에 대답 못하면?
다들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하면?
한 번 이런 생각이 시작되니까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새벽까지 잠이 안와서 생각하다가
5년 전 실수까지 다 끄집어내고.
제 친구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가상의 대화까지 만들어낸대요.
"사장님이 '이 정도밖에 못해?'라고 하면 어떡하지?" 하면서요.
친구들과 얘기해보니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과 씨름하고 있더라고요.
한 친구는 쇼핑으로 도피 (사놓고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음)
또 다른 친구는 넷플릭스켜고, 인스타 보면서, 카톡까지... "뇌를 바쁘게"
저는 어떻게 했나구요?
발표 준비를 50번은 다시 했을 거예요.
슬라이드 한 장을 한 땀, 한 땀 작성하고
대본을 만들어서 외우다시피 했고,
예상 질문 30선 만들어서 답변까지 다 준비했죠.
이 모든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불안을 통제하려고 모든 걸 통제하려 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발표 전날,
아프다고 빠질까 고민했어요.
회피하면 그 순간은 편해요.
근데 문제는 다음번엔 더 무서워지더라고요.
예전에 중요한 미팅을 취소했더니,
다음 기회 잡기가 더 어려웠거든요.
역시, 도망친 곳엔 천국은 없다는 걸 실감합니다.
불안할 때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이 참 다양해요.
어떤 내담자는 불안하면 방 청소를 시작한대요.
좀 강박적인 면이 보였어요.
새벽 2시까지 옷장 정리를 할 때가 있대요.
이유를 물어보니 "청소하는 건, 제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전 남자친구는 불안하면 말을 안 했어요.
물어봐도 "아니야, 괜찮아"만 반복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될까 봐 아예 입을 다문 거래요.
남자들은 특히 "나 불안해"라고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저는 불안하면 제일 믿음직한 친구한테 전화했어요.
"별일 아닌데..." 하면서 2시간 동안 통화하죠.
"그래, 그래" 해주는 것만으로도 좀 나아진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시간만 낭비하지 친구도, 저에게도 남는 게 없더라고요.
인스타 보면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고,
폰을 끄면 뭔가 놓치는 것 같고.
디지털 디톡스 해야지 하면서도 불안할 때마다 폰부터 찾게 되는 아이러니.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불안도 있는 것 같아요.
"남들이 어떻게 볼까?"
이게 진짜 크잖아요?
실력보다 '무능해 보이면 어떡하지'가 더 걱정되고.
속으로는 다 불안한데 "요즘 잠이 안 와" 정도로만 돌려 말하고.
이 모든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게 있어요.
첫째,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것.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다 각자의 불안을 안고 살아요.
그 잘 나가는 대표님들도 프레젠테이션 전에는 화장실에서 심호흡한대요.
둘째, 불안을 없애려고 애쓸수록 더 커진다는 것.
발표를 완벽하게 준비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이렇게 준비했는데도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새로운 불안이 생기더라고요.
셋째, 불안한 채로도 할 수 있다는 것.
결국 발표는 했어요.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렸지만, 잘 마무리했어요.
그리고 끝나고 나니 "어? 끝났네?"싶더라고요.
내담자 분들이"살아가는 게 너무 불안해요."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저는 주로 이렇게 이야기 해요.
"저도 그래요. 사람들은 다 그래요."
"불안한 거, 이상한 거 아닙니다. 마음이 자신이게 '이거 중요한 거니까 신경 써'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무시하지도 말고, 너무 크게 키우지도 말고,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같이 가면 돼요."
살면서 불안은 자주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던가요?
우리는 불안을 느꼈지만,
망하지 않았어요.
완벽하지도 않았지만 충분했어요.
불안이 사라지길 기다리지 마세요.
불안을 옆에 끼고도 우리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도, 땀나는 손바닥으로도, 두근거리는 심장으로도.
긴긴 시간 불안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
불안과 함께하는 거예요.
그게 용기잖아요. 무서워하면서도 하는 것.
여러분은 불안할 때,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그것부터 차분하게 생각하고 대처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