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놀이

[분열] 오늘은, 좋은 엄마일까? 아니면, 나쁜 엄마일까?

주사위를 휙 던진다.

"오늘은, 좋은 엄마일까? 아니면, 나쁜 엄마일까?"

'좋은 엄마가 나오기를...'

바들거리는 주사위가 멈추는 것을 지켜본다.
도르륵, 주사위가 멈춘다.

'나쁜 엄마'

마음이



내려 앉는다.

"..."

다시 주사위를 돌린다.


"나쁜 엄마는 안돼!"

우리 엄마는 착한 엄마야!
착한 엄마여야만 해!


학대가 학대인 줄도 몰랐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글을 썼습니다.


같은 행동에도 기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던 날들을 되짚어보면서요.


어떤 날은 다정하고, 또 어떤 날은 모질었던,

나의 가족.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린시절의 나의 세상은 가족이 전부였고,

가족을 정말 사랑한 나머지,

좋게만 보고싶었습니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좋은 면도, 나쁜 면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가족들의 행동에 나쁜 면이 묻어날 수 있는데,

대상을 통합 된 사야로 보지 못하고

분열시켜 흑백논리로 대상을 평가하던

저의 이야기를 담아 냈습니다.


좋은 면과 나쁜 면,

저의 선택지엔 이 두가지 뿐이었어요.



주사위 속 엄마, 분열 된 마음



"오늘은, 좋은 엄마일까? 아니면, 나쁜 엄마일까?"

어린 아이가 매일 아침 던지는 보이지 않는 주사위.


바들바들 떨리는 작은 손은 오늘 하루의 운명을 가르는 그 순간을 지켜봅니다. '

나쁜 엄마'라는 글자가 보이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쿵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다시, 필사적으로 주사위를 굴립니다.


'우리 엄마는 착한 엄마야! 착한 엄마여야만 해!'

이것은 단순한 고집은 아니예요.



분열, 흑백논리


분열(Splitting)이란?


복잡한 현실을 견딜 수 없을 때

우리 마음이 선택하는 원초적 방어기제입니다.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좋음과 나쁨,

사랑과 미움,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이 벅찰 때 나타나죠.


혼란에 압도 될때, 세상을 둘로 쪼개서

혼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 불안정한 양육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이 방어기제가 많이 나타납니다.


어제는 다정하게 안아주고선

오늘은 격렬하게 화를 내는 부모.


이런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아이는 혼란을 많이 느낍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걸까, 미워하는 걸까?"


이 질문은 너무 무겁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답을 단순하게 내리게 됩니다.


-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는 다른 사람이다.

- 오늘 화낸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니다.

- 진짜 우리 엄마는 언제나 착한 엄마다



기억의 선택적 편집


성인이 된 후에도 이 패턴은 계속됩니다.


과거를 학대했던 부모를 '완벽한 부모'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우리 아버지는 엄격하셨지만 다 날 위해서였어."
"엄마가 때린 건 내가 잘못해서야."


이해를 돕기위해 예시를 들어드리겠습니다(극단적일 수 있어요).


실제 사실:

-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른 날들

- 이유 없이 화풀이 대상이 되었던 순간들

- 차가운 무관심과 방치


편집된 기억:

- 한 번 놀이공원에 데려가 준 일

- 생일케이크를 사준 기억

- "널 사랑한다"고 말했던 몇 마디


이러한 기억의 왜곡이 나타나는 것을 분열이라고 합니다.

이는 의식적 선택이 아닙니다.

트라우마를 견디기 위한 무의식적 생존 전략이죠.


복잡하고 모순적인

부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아이의 내면세계는 아직

온전히 형성되지 못했으니까요.


상처를 그냥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어기제 없이 받아들이면 내면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분열은 성인의 대인관계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이상화 단계


"당신은 내가 만난 최고의 사람이야"


- 상대를 완벽한 존재로 인식

- 단점은 보이지 않음

- 극도의 의존과 집착



평가절하 단계


"당신은 최악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 작은 실수도 용납 불가

- 모든 것이 배신으로 느껴짐

- 극단적 분노와 거부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연인이 연락이 안될 때, 갑자기 그가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했어요. 지난 2년간의 모든 사랑이 거짓이었다고 느꼈죠."


이는 "네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입니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치우치는 마음은 끊임없이 관계를 시험하고, 결국 스스로 관계를 파괴합니다.



가족 내에서 분열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부모의 분열

- 어머니 = 천사 / 아버지 = 악마

- 또는 그 반대


형제자매의 분열

- 착한 아이 vs 나쁜 아이

- 똑똑한 아이 vs 멍청한 아이

- 사랑받는 아이 vs 미움받는 아이


"저는 항상 '착한 딸'이어야 했어요.

동생은 '말썽꾸러기'였고요.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어요.

우리 둘 다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는 걸.

부모님이 우리에게 프레임을 만들어 놓은 거였어요."


이러한 분열은 구성원 모두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착한 아이'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

'나쁜 아이'는 영원한 실패자라는 낙인에 시달립니다.



가장 잔인한 자기 자신에 대한 분열



자신감과 무력감


- "나는 뭐든 할 수 있어!" VS "나는 완전한 실패자야..."


감정의 이분법


- 허용되는 감정: 기쁨, 감사, 희망

- 금지된 감정: 분노, 질투, 슬픔


"화를 내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절대 화를 내지 않아요. 대신 며칠 동안 우울해져요."

이처럼 자신의 일부를 부정하고 억압하는 것은 결국 정신적 타격으로 이어집니다.



경계선을 걷는 사람들


분열 방어기제가 극단적으로 고착화되면 "경계선 인격장애(BPD)"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특딩은 극단적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입니다.


- 극단적 기분 변화

- 불안정한 자아상

- 버림받음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 충동적이고 자해적인 행동


하지만 이것은 그냥 생존 전략의 부작용입니다. 어린 시절의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성인이 되어서는 오히려 삶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통합으로 가는 길

그렇다면 어떻게 이 분열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1단계: 인식

"아, 내가 지금 상대를 흑백으로 나누고 있구나."


2단계: 멈춤

"잠깐, 정말 이 사람이 100% 나쁜 사람일까?"


3단계: 감정의 스펙트럼 탐색

"화가 났지만 여전히 사랑한다. 이 두 감정이 공존할 수 있다."


4단계: 통합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도, 상대도 복잡한 인간이다."


저는 저의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면서도 상처 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 아주 긴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그걸 인정하니까 오히려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요.



주사위를 내려놓기


다시 처음의 시로 돌아가 보면,

주사위를 던지는 아이는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을 통제하려 합니다. '좋은 엄마'가 나오기를 바라며 계속 주사위를 굴립니다.


어른이 된 지금

인정할때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좋은 엄마도, 나쁜 엄마도 아니야.

'그냥... 엄마야.'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현명하고, 때로는 실수하는,
'복잡한 한 인간'이야.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많이 어려워요.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가 붕괴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세상과 인간의 마음은 복잡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진정한 안전을 찾습니다.



세상을 흑백으로만 보기보다는,

다채로운 색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분열은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견딜 수 없는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관계에서,

우리는 세상을 단순화함으로써 살아남게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색의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흑과 백 사이에도 무수한 색깔이 있습니다.


사랑과 미움 사이에는 셀 수 없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진실일 수 있습니다.


치유는 불완전함을 견디는 능력입니다.

모순을 품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의 복잡하다는 걸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여정입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주사위를 던지는 아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워줄 수용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주사위를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착한 엄마여야만 해!"라고 외치는 그 목소리 뒤에는, 그저 사랑받고 싶은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를 안아주셨으면 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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