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에세이의 어디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저녁 식사를 차린다. 점심을 굶은 터라 콩나물을 넣은 감자탕과 가자미 구이, 밑반찬을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저녁을 먹자 마자 침대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아이들이 엄마를 부를 때마다 좀비처럼 일어났다 다시 눕고를 반복했다. 씻지도 않은 채로 둘째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 새벽 3시에 깼다. 지난여름의 바다를 생각한다.
거대한 뭉개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잔잔한 바다 위에 바다 색과 닮은 청록색 천으로 일부가 덮여진 작은 배가 떠 있다. 반계리의 천년 된 은행나무의 껍질같은 거친 바위들 위에 흰색 등대가 있다.
나는 배터리가 10분마다 5%씩 소진되는 2020년에 구입한 아이폰이다.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누워 있고 싶다. 움직일 때마다 어깨, 허리가 너무 아파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난다. 2025년 1월, 올해는 꼭 체중 감량도 성공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자 마음 먹었다. 11월인 지금 나는 어떠한가? 1월보다 훨씬 더 심해진 어깨, 허리 통증은 내 몸이 힘들다고 나에게 보내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저녁 반찬으로 먹은 가자미가 떠오른다. 가자미는 옆으로 납작하고 두 눈이 한 쪽이 있으며 해저 바닥에 붙어 산다. 한 쪽으로만 쏠린 가자미의 두 눈처럼 나는 육아와 일에만 집중한다. 비명을 지르는 내 몸은 바닥에 붙어 보이지 않는 가자미의 아랫배처럼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한 쪽으로만 쏠린 나의 신경을 이제 내 몸과 마음으로 옮겨야겠다.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달래주어야겠다. 오늘도 잘 해냈다고 쓰다듬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