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메타 원소 3부작 중 하나인 <흙>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과정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할되는 시대의 폭력을 다룬다. 영화는 파시교도 소녀 레니와 힌두교도인 보모 샨타의 관계를 중심으로, 오랜 세기 동안 함께 섞여 살아왔던 사람들이 반목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영화가 다루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역사를 살펴보자. 인도는 종교가 발달한 나라이다. 불교의 발상지이며 4세기부터 민간신앙과 불교 등이 섞인 힌두교가 발전했고, 11세기 무렵부터 약 800년 동안은 이슬람교의 지배를 받았다. 많은 종교의 변화로 인해 종교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알라신만을 유일한 신으로 인정하는 이슬람교와 세상 만물을 신으로 섬기는 힌두교 간에는 충돌이 잦았다. 영국은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자들의 다툼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인도인들을 분열시키는 식민지 정책을 펼쳤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905년, 영국은 벵골 분할령을 실시한다. 벵골은 영국의 통치에 가장 거세게 저항하던 지역인데, 이슬람 신자가 많이 살던 곳을 동벵골, 힌두교 신자들의 지역을 서벵골로 나누었다. 인도의 민족운동을 막기 위한 이 정책은 거센 반대로 1911년에 철회되었다.
영국은 인도의 독립을 두 달여 앞둔 1947년 6월 3일 영령인도의 분리계획을 발표한다. 인도 총독부는 8월 15일에 철수할 것이며, 다른 토후국의 독립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포했다. 토후국들은 주민의 다수가 무슬림이면 파키스탄으로, 힌두가 다수이면 인도로 병합되는 길을 택했고 70일안에 거대한 국가를 분할해야 하는 혼란이 발생했다.
1947년 8월 15일, 인도는 델리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24시간 전, 파키스탄은 카라치에서 독립을 선포했다. 분리 독립, 분단 건국이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죽거나 종교를 찾아 떠나게 된다.
영화 상영 후 영화 비평가이자 원소 3부작의 캐스팅디렉터였던 우마 다 쿤하와의 스페셜 토크가 진행되었다.
<불>은 동서지간의 동성애를 다룬 레즈비언 영화이다. 레즈비언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인도내 상영이 금지됐지만 그 해 인도에서 가장 높은 해적판 DVD 판매실적을 올렸다. <물>은 개봉 2년 후에야 인도에서 상영이 가능했는데 매 회차마다 매진을 거듭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물>촬영 당시에는 극심한 혐오 세력이 촬영장을 불태워 촬영을 중단하고 4년 후 스리랑카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에도 디파 메타 감독은 주로 스리랑카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한다.
<흙>은 인도의 혼란스러운 역사, 계급제도, 결혼제도에 대한 비판을 한데 모았다. 그 당시 인도의 모습을 보여주며 동시에 내부의 수많은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촬영장을 불태우기까지 하는 혐오세력에도 불구하고 인도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드는 그의 담대함이 감탄스럽다. 인도영화는 다 뜬금없이 신나는 노래에 춤추지 않아? 라는 사람들에게 디파 메타를 말하고 싶다. 뮤지컬 영화도, 그저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 인도사회를 관통하는 영화를 만드는 엄청난 역량을 가진 인도 감독이 있다고.
최근 디파 메타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인도 작가 프라야그 악바르의 소설을 각색한 인도 최초의 디스토피아 드라마 <레일라>를 연출했다. 앞으로도 그의 행보를 기대한다.
참고
조길태, 이은구, 고경희 /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과 카슈미르 문제 " /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 남아시아연구 제 8권 제 1호 2002.08 89 - 164 (76 pages)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25/2013102500065.html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59843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38356?no=138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