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가난>은 근대화 시기 혼란스러운 한국의 가난을 담아낸다. 책에는 가난을 직면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주인공과, 조그마한 셋방에서 주인공과 함께 사는 상훈이가 등장한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상훈이가 가난을 '경험'하기 위해 일부러 가난한 동네에 온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직면해야 하는 가난이 부자들에게는 인생의 경험, 교육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위일 뿐이다. 누군가가 악착같이 살아가며 지켜내고 있던 삶을 그저 다채로운 삶, 성장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도둑맞은 가난>에서 지적한 부자들의 기만은 소설이 다루는 근대화 시기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나타난 나고 있다. 가난을 자신의 성공 서사를 더욱 다채롭게 해 줄 요소로 이용하는 노래 가사들이 허다한 현실이다. 자신이 개천에서 용 나듯 자수성가하여 성공했다는 서사를 만들거나, 가난을 지독한 자기 연민의 용도로 사용하여 자신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용자들은 가난을 도구로 사용하여 이를 상품화하려는 위선자들의 기만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