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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마음에 큰 울림을 준 뮤지컬 <레드북>

by 라온글빛

지난 토요일, 뮤지컬 <레드북>을 보고 왔다.

몇 달 전 유튜브에서 <시카고> 무대 영상을 접하고 민경아 배우에게 푹 빠져

<알라딘>을 보고 난 후 두 번째로 찾아간 뮤지컬이었다.

사실 <레드북>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민경아 배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대가 높았는데

막상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그 기대 이상으로 깊은 여운이 남았다.

레드북 넘버 중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곡이 마음에 오래 남았는데

나는 늘 '나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그 가사가 더욱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나는 세 자매 중 장녀다.

어릴 적부터 예민했던 동생들 사이에서 엄마가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만큼은 부모님을 더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원래부터 그런 기질을 갖고 태어났던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께 "순하다, 어른스럽다" 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헷갈리기도 한다.

원래 내 성격이 그런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더 순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했던 것인지.


학교에서도 비슷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내 의견을 말해야 할 때나

선생님께서 발표를 시키실 때,

나는 늘 선생님이나 주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대답을 고르고 또 골랐다.

내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을 때도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 하며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를 조심시켰다.


나를 표현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편했다.

무색무취.

나는 점점 나의 색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아니, 애초에 나만의 색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나는 불편한 감정이 싫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드러냈을 때 혹시 누군가 불편해하진 않을까.

또 그런 반응을 보며 내가 불편해지지는 않을까.

아마 다른 사람들은 별 생각이 없었을 텐데도

나는 작은 의견 하나도 쉽게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말처럼

나는 이제 불편한 감정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며 성장하고 싶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세상의 시선이 어떻든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안나의 노래처럼.




사실, 다 알고 있는데

답은 내 안에 있는데

자꾸 되물어 봤어

나를 믿을 수 없어

애써 모른 척 했어

혼자 자신이 없어

계속 외면해 왔어 나를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

.

.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충분해

괜찮아, 이젠

뮤지컬 <레드북> 중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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