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의 엄마, 그리고 나의 이름을 찾는 시간

by 해그해그


누군가의 아내로, 그리고 아홉 살, 일곱 살, 다섯 살 세 아들의 엄마로 불리는 시간 동안 나의 이름은 서서히 지워져 갔다. 아이들의 스케줄이 곧 나의 일과가 되고, 아이들의 이름 뒤에 붙은 ‘누구 엄마’라는 호칭이 내 본래의 이름보다 훨씬 익숙해진 일상. 그 속에서 나는 충분히 행복했으나, 문득 거울 앞에 서면 낯선 정적을 마주하곤 했다.


세 아들을 키운다는 것은 나를 온전히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넘어지지 않게 든든한 닻이 되어주어야 했고, 폭풍 같은 에너지 속에서 나 자신을 깎아내며 인내의 그릇을 넓혀야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 혹은 벚꽃 잎이 흩날리는 길 위에서 문득 깨닫는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준 사랑의 무게만큼이나, 내 안의 '나' 또한 다시 숨 쉬고 싶어 한다는 것을. 벚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 짧아지는 연필 소리를 들으며 시를 쓰던 그 소녀는 죽은 것이 아니라, 더 깊고 단단한 문장을 품은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나는 ‘누구의 엄마’라는 안락하고도 무거운 외투를 잠시 내려놓고, 나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보려 한다. 아들 셋을 키우며 단단해진 이 마음은 이제 나를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다.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은 내 삶의 가장 큰 긍지이지만, 그 너머에는 여전히 꿈을 꾸고 글을 쓰는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영토가 존재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으나, 이제는 나를 사랑하는 시간도 함께 챙기려 한다. 몽당연필을 쥐고 다시 시를 쓰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 시간. 이것은 이기적인 외출이 아니라,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나를 찾는 의식'이다.


세 아들의 엄마로 살며 맺어진 이 묵직한 사랑의 열매들을 이제는 나의 문장으로 하나씩 기록해 보려 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 엄마라는 바다 위에 ‘나’라는 이름의 돛을 새롭게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