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끝에서 시작된 조용한 기록
나는 스물두 살 대학생이다. 현재는 잠시 스타트업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대학교 음악학과에 진학하기까지,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그 과정엔 실로 많은 일들이 일었다. 외적인 일, 사적인 일, 그리고 나 자신에게조차 말하기 어려운 아주 사적인 일들까지.
작년, 대학교 1학년 시기에는 정말 깊은 방황을 겪었다. 비교적 긴 시간동안 내 인생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던 ‘대학’이라는 목표를 이루었을 무렵, 다시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막연함과 혼란함을 느끼며, 나는 산산이 흩어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충동을 간신히 참아내며 버티던 하루하루. 존재의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느끼며 불안에 떨던 스물한 살의 나날들. 재수 끝에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 나에게는 희미하게나마 목표가 생겼고, 나는 묵묵히 정진할 뿐이다.
나는 창업가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언젠가, 먼 미래에는 내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세우고자 한다. ‘창업’이라는 단어는 아직 나에게 너무 크고 낯선 듯하지만, 인생의 두 번째 사업을 경험하고 있는 스물두 살의 지금, 점점 그 단어에 가까워지는 감각이 아주 희미하게나마 느껴지는 것 같다.
(사실, 창업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피로감’ 때문이다.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겸손을 모르는 사람, 생각과 행동이 가벼운 사람, 앞과 뒤가 다른 사람. 누구나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 누군가에게 그중 하나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끝없이 노출되는 ‘과잉 소통’의 시대에, 나는 돌연 어지러움을 느끼곤 했다.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SNS라는 공간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진지함’과 ‘진솔함’을 추구하기엔 너무 상업적이고 가벼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장의 게시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손쉽게 정의되는 곳. 그 얄팍한 프레임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표면적인 기록들의 홍수 속에서 도망쳐 나온 지도 벌써 오래다.
그 대신, 나는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 매일은 아니지만, 문득 붙잡고 싶은 날들에는 꼭 기록을 남겼다.
그렇게 쌓인 단편들을 들여다보며 내 삶의 궤적을 거슬러보니, 꽤나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장되지 않고, 꾸미지 않은 이야기들이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곳.
브런치스토리는 진솔한 이야기가 진솔한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느린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겠지만, 돌이켜보면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인생을 이루는 건 소수의 선명한 기억들과 무수한 잔상들이다. 커다란 일들, 작디작은 흔적들, 왜 기억에 남아 있는지도 모를 미세한 파편들. 그 ‘기억’이라는 이름의 점들이 얽히고 얽혀, 나라는 존재의 궤적을 어설프게나마 이어주고 있다.
나는, 이 공간이 그 어설프게 엮인 점들을 차근차근 꺼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아마 뒤죽박죽 섞이게 될 테지만.
(시간 순서대로 쓸 자신이 없다. 기억이란 언제나 현재를 기준으로 재구성되기 마련이니까.)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들, 그리고 앞으로 맞이하게 될 순간들을 가능한 여과 없이 담아볼 예정이다.
가슴에 한 점 부끄러움이 남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오래도록 쓰는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글을 통해 나를 잃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