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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새로운 계절: 지혜와 충만함으로 나아가는 길

인생 후반, 쇠퇴를 넘어 성숙과 의미를 찾는 여정

by 박수열


우리 삶에는 여러 계절이 있습니다. 푸르른 에너지가 넘치던 젊은 시절을 지나, 어느덧 삶의 중반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때, 우리는 문득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예전 같지 않은 기력, 희미해지는 목표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거나 지나온 길에 대한 회한에 잠기기도 합니다. 탱탱했던 피부에 세월의 흔적이 새겨지듯,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은 복잡할 수 있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봄날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지 고민하게 됩니다.


흔히들 인생의 전반기를 오르막길에 비유합니다. 더 높이, 더 빠르게 정상을 향해 나아가며 성취를 쌓아 올리는 시기입니다. 학업, 경력, 사회적 성공 등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직업적 정체성에서 찾곤 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쏟아부은 열정과 시간은 분명 값진 것이지만, 영원히 계속될 수 없는 것은 결국 멈추기 마련입니다. 인생의 정점에서 필연적으로 내려와야 할 때가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때로 외면하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애써 쌓아 올린 성공과 성취가 때로는 예기치 않은 무게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위대한 성취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자신을 혹사하기도 합니다. 일에 중독되고, 성공에 중독되어 마치 고성능 기계처럼 자신을 채찍질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배우자, 자녀, 친구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희생시키고,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불균형한 삶의 패턴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성공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짧고, 더 큰 성공을 갈망하게 만들지만, 변화하는 능력 앞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뛰어난 재능과 눈부신 성취가 인생 후반기의 행복을 보장하는 증표가 되지 못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면 변화의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직업적, 사회적 하강을 후회와 분노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과 초월의 기회로 삼는 지혜입니다. 우리 안에는 젊은 시절의 예리한 분석력과 새로운 문제 해결 능력과는 다른 힘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바로 경험과 성찰을 통해 얻은 깊이 있는 지혜, 즉, 결정적 지능입니다. 이는 과거부터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통합하고 활용하여 삶의 복잡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면, 이제는 그 아이디어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이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인생의 새로운 계절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는 변화에 맞서 싸우기보다, 새로운 흐름에 유연하게 올라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기술과 능력이 미래까지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새로운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세속적인 명성이나 외적인 성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전환을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익숙했던 성공 방정식, 즉 '더 열심히'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더 지혜롭게' 일하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업무수행 방식을 바꾸는 것 이상을 의미합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일과 성공에 대한 중독적 집착, 세속적 보상에 대한 갈망, 그리고 능력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세 가지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포함합니다.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은 세속적인 성취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욕망을 건강하게 재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며,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타인을 돕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만족과 행복의 원천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입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기둥을 세워야 합니다. 첫째는 깊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입니다. 성공을 위해 달려오느라 소홀했던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최고의 친구는 서로에게서 즐거움과 의미를 발견하고, 각자의 최고 모습을 끌어냅니다. 나의 변화를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바라볼 때, 나의 쇠퇴는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측면의 성장, 즉 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됩니다.


둘째는 영적인 성장과 내면 탐구입니다. 이는 특정 종교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삶의 궁극적인 의미와 목적을 성찰하고, 자신의 약점과 불완전함을 수용하며, 현재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 연습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는 여정입니다. '항상 떠날 준비가 된 사람처럼 살라'는 말처럼,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후회 없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입니다.


셋째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 균형 잡힌 식사, 꾸준한 운동은 신체적 활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팀과 협력하며,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과도한 욕심과 아집을 내려놓고 겸손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질 때, 나이 듦은 쓸쓸함이 아닌 성숙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인생의 후반기는 단순히 내리막길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더 깊은 행복을 누릴 소중한 기회입니다. 젊은 시절과는 다른 방식으로 빛날 수 있는 시기이며,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과 세상을 위해 기여하며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때입니다. 인생을 리셋하기에 늦을 때란 없습니다.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이, 성취보다 의미가, 소유보다 관계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 예를 들어 봉사 활동, 여행, 배움, 혹은 그저 새 지저귀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꽃을 가꾸는 소박한 즐거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야 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은 결코 저물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자신을 믿는 용기로 한 걸음 내디딜 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깊고 충만한 행복과 성공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삶의 새로운 계절을 지혜와 평온, 그리고 따뜻한 연결 속에서 충만하게 맞이하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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