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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근육이다: 당신도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분열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연결의 기술

by 박수열

고립된 시대, 다시 찾아야 할 인간의 능력


우리는 타인의 기쁨에 함께 웃고, 슬픔에 함께 눈물 흘릴 때 서로에게 더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이처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공감’은 인간관계의 신뢰를 쌓고 갈등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열쇠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사회는 우리를 점점 더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핵가족화는 외로움을 심화시키고, 팬데믹을 거치며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리적 간격뿐 아니라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했습니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연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스크린을 통한 소통이 일상이 되면서, 우리는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이나 목소리의 떨림을 놓치기 쉽고, 마음을 다해 귀 기울이지 않으면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공감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을 넘어,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키워야 할 필수적인 ‘지능’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공감은 분열한 사회를 잇는 다리이자, 협력과 친절의 문화를 싹틔우는 토양입니다. 진화적으로도 친밀한 관계를 맺는 개인이 생존에 유리했듯, 공감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공동체의 안녕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세 가지 차원의 이해


공감은 단일한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반응하는 여러 방식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능력입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는 공감을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합니다.


첫째, 인지적 공감은 다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톤, 행동 패턴을 통해 그들의 내면 상태를 추론하는 것입니다. 둘째, 정서적 공감은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입니다. 친구가 슬퍼할 때 우리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셋째, 공감적 배려는 그들의 경험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 즉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동기입니다.


공감은 선택이다: 감정의 경제학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공감 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공감이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의 뇌가 경험과 학습을 통해 변화하듯, 공감 능력 역시 꾸준한 연습과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근육처럼 단련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이자 ‘지능’입니다. 우리는 슬픔이나 기쁨과 같은 감정의 득과 실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목적에 맞는 감정을 선택하듯, 공감 역시 선택할 수 있으며, 그 선택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공감은 ‘공감 피로’를 유발하여 정서적, 심리적 고갈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타인의 고통을 자주 접하는 의료진, 상담사, 사회복지사와 같은 직업군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의 비극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공감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돌보며 공감의 강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자신을 지키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지속 가능한 공감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법


공감 능력이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공감의 근육을 단련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이야기의 힘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소설, 영화, 연극과 같은 서사 예술은 타인의 삶에 안전하게 몰입하고,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훌륭한 공감 훈련 도구입니다. 이야기는 현실의 복잡함과 고통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시각과 미래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공감의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둘째, 능동적으로 경청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대화할 때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말에 담긴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조언이나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깊은 공감적 연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배경, 신념,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은 편견을 줄이고 관점을 확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이 직접 만나 소통할 때, 갈등은 줄어들고 이해의 폭은 넓어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관심사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동호회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습니다.


넷째, 작은 친절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타인을 향한 작은 배려와 친절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공감 능력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훈련입니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자신과 주변, 나아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선한 영향력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공감이 만드는 사회적 변화


개인의 공감 능력 향상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진공 상태에 사는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와 제도가 공유하는 믿음, 태도, 관습 등의 사회적 규범에 지배되는 더 큰 세계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개인으로서만 잔인한 세상에서 공감하려고 분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에 친절을 세우고 친절함을 사람들의 첫째 선택지로 만들 수 있는 공동체이고, 가족이며, 회사, 팀, 도시, 국가입니다.


힘 있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해야 할 책임뿐 아니라, 친절이 예상되고 보상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학교, 경찰서, 가족, 회사, 심지어 정부도 이런 접근법을 취하면 구성원들이 더 쉽게 공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새로운 종류의 공감을 키우는 일에는 노력과 희생이 따릅니다. 하지만 점점 증가하는 잔인함과 고립에 직면하여, 지금 우리는 도덕적 삶을 살기 위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본래 친밀함은 생존에 도움을 주는 방향입니다. 친밀한 개인은 살아남을 확률이 높으며, 이는 진화상으로도 유익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시대적 흐름은 공감하기 점점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술과 인터넷은 스스로 혼자 고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1인 가구의 증가와 핵가족이 낳은 환경은 스스로 삶을 지탱해야 하며 외로움을 가중합니다.


그런데도 공감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더 친절하고, 더 이해심 많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지능이며, 평생에 걸쳐 향상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더 건강한 공동체를 향하여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은 개인의 성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학교, 직장, 공공장소 등 사회 시스템을 공감 능력을 북돋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공감 수준을 높여 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인종 갈등 등 현대 사회의 분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공감은 필수적입니다. 편견과 집단 간의 분열을 극복하는 데 공감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리거나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분열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을 끊임없이 키울 수 있는 역량이자 지능으로 인식하고, 개인과 사회가 이를 실천할 때 비로소 더 건강하고 협력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고, 세상을 더 넓게 보는 능력을 향상해 이타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공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 기술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지능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세요. 당신의 공감 근육을 단련하는 작은 실천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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