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보면 병이 보인다

망진법과 현대의학의 만남

by 엠에스

<얼굴을 보면 병이 보인다>


망진법과 현대의학의 만남


한의학의 망진법(望診法)은 얼굴색을 보며 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서양의학의 X-RAY. MRI. 내시경 같은 오장육부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기계들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환자의 얼굴만 보고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알았다. 물론 맥(脈)을 집어보고 병증을 진단하기도 했지만 안색(顔色)만 보고도 알아내는 게 명의(名醫)였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명의가 수없이 많았다.


얼굴에는 오장육부가 그대로 나타난다. 오행상 목(木)에 속한 눈(目)을 보면 간과 담의 기능을 알 수 있고. 화(火)에 속한 혀(舌)를 보면 심장. 소장을 알고. 토(土)에 속한 입(口)을 보면 비(脾). 위(胃)를 읽을 수 있다. 또 금(金)에 속해 있는 코(鼻)를 보고는 폐. 대장의 기능을 알고 수(水)에 배속된 귀(耳)를 보고는 신장. 방광의 기능을 알 수 있는 등 겉을 보면 속을 짐작할 수 있다.


피부만 봐도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피부가 희면 폐가 약하다. 여성의 피부가 검으면 강한 기(氣)가 제대로 풀리지 못해 신경성 두통이나 위염. 생리불순. 갑상선 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이렇듯 얼굴의 기색과 탄력. 윤택 여부를 보고 어느 장기(臟器)가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를 판단해 내는 것인데 그 정확도가 아주 뛰어났다. 하지만 오늘날은 첨단기계의 영향도 있겠지만 얼굴만 보고 병(病)을 진단해 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는 상당한 관찰력과 시간을 요구하므로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유명한 인상 연구가였다. 얼굴만 척 보고도 ‘아. 저 사람이 지금 어떤 병을 앓고 있구나’라고 할 수 있는 의상학(醫相學)이 꾸준히 연구 개발된다면 국민의 삶의 질이 한층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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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이상은 얼굴이라는 거울에 먼저 나타난다


우리 몸은 놀랍도록 정직하다. 내면의 불균형과 질병은 반드시 신호를 남기고, 그중에서도 얼굴은 가장 먼저 변화를 드러내는 표지판이다. 웃음과 눈빛이 마음의 상태를 말해주듯, 혈색과 피부결, 입술의 윤기와 눈꺼풀의 부종 등은 우리 몸의 오장육부가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


한의학에서 ‘망진법(望診法)’이란 말 그대로 ‘눈으로 살핀다’는 뜻이다. 환자의 안색, 눈동자, 피부색, 혀의 상태 등을 관찰해 병의 징후를 찾아내는 진단법이다. 고대 중국 의서 『황제내경』은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고, 얼굴의 변화는 장기의 상태를 반영한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고대의 지혜는 단지 철학적 통찰만은 아니다. 현대의학 역시, 많은 질환들이 얼굴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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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말해주는 신장과 순환의 이야기


눈 아래에 진한 다크서클이 생겼을 때,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고 넘기기 쉽다. 그러나 만성적인 다크서클은 혈액순환 장애나 신장 기능 저하의 징후일 수 있다. 특히 신장은 수분 조절과 노폐물 배출을 담당하므로, 기능이 떨어지면 얼굴이 푸석하고 눈 밑이 칙칙해질 수 있다. 신장질환자에게서 관찰되는 대표적 증상 중 하나가 눈꺼풀 부종이다.

→ 참고: American Journal of Kidney Diseases (2018).


또한, 아래 눈꺼풀 안쪽이 지나치게 창백하다면 철분결핍성 빈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는 혈액 내 산소운반을 담당하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체 신호다.

→ 출처: WHO. Iron Deficiency Anaemia: Assessment, Prevention, and Control.


눈물샘이 특별한 자극 없이 줄줄 흐른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자율신경계 이상, 안구건조증에 따른 보상성 눈물, 또는 비루관 폐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한의학 서적에서는 간 기능과 연관 짓지만, 현대의학에서는 간보다는 눈물길 문제나 신경 조절 기능과 관련이 더 크다고 본다.

→ 참고: Ophthalmology Journa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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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새겨진 호흡기와 대사의 흔적


아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콧방울을 실룩거리는 모습을 보면, 부모들은 감기를 의심한다. 맞다. 실제로 천식이나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은 산소 공급이 부족할 때 콧방울 움직임을 늘려 보조호흡근을 사용하게 만든다. 이는 폐의 기능이 저하되었다는 신호다.

→ 출처: Pediatrics Journal, 2015. Nasal Flaring as a Marker of Respiratory Distress.


한의학에서는 코와 폐, 대장을 연결한다. 코 주변에 잦은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생기면 폐나 대장 기능을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현대의학적 관점에서는 피지선 과다활동,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더 적절하다.


간혹 코가 유난히 붉고 울퉁불퉁해지는 경우가 있다. 흔히 ‘술코’라고 부르는데, 이는 실제로 음주로 인한 모세혈관 확장성 질환인 주사(rosacea) 일 가능성이 높다. 만성 음주는 간 기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혈관 확장을 촉진하여 얼굴과 손바닥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이런 붉은 코를 ‘간장에 혈액이 고였다’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시적 표현이다.

→ 출처: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Rosacea Guide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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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과 입가, 위장과 혈액의 거울


입술은 혈색을 드러내는 가장 직관적인 부위다. 입술이 지나치게 창백하다면 빈혈을, 붉고 거칠다면 탈수 혹은 고혈당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입술이 마르고 갈라지는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는 체내 수분 부족과 타액 분비 감소 때문이다.

→ 출처: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2016.


입꼬리가 자주 헌다면, 이는 위염보다 오히려 비타민 B2(리보플래빈) 결핍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증상은 흔히 구각염(angular cheilitis)으로 불리며, 철분 결핍이나 면역 저하에서도 나타난다.

→ 참고: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2019.


입가와 턱 주변에 여드름이 자주 나는 것도 흔한 고민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위장의 열 때문이라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호르몬 변화, 특히 여성의 생리 주기와 연관된 안드로겐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 출처: Dermatology Clinics, 2018.


구내염은 말 그대로 면역력의 바로미터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식, 영양소 결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비타민 B군 부족, 위장 장애, 자가면역 질환 등이 반복성 구내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출처: Mayo Clinic, Recurrent Aphthous Stomat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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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얼굴이라는 지도, 몸의 메시지를 읽다


망진법은 단지 전통적 진단 방식의 유산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인간이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통합적 관점을 바탕으로 질병을 바라보려 한 지혜가 담겨 있다. 현대의학은 이를 계승하면서, 좀 더 세밀하고 근거 중심의 과학적 체계를 더해 건강을 진단하고 있다.


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살펴보는 일은, 단지 외모를 점검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면의 건강과 조우하는 순간일 수 있다. 당신의 눈 밑 그림자, 창백한 입술, 부은 눈꺼풀은 당신에게 ‘지금 무언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어쩌면 병원 진료보다 먼저, 몸이 알려주는 신호를 통해 당신은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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