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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주목받는 자만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by 엠에스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 주목받는 자만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관심 끌기: 눈에 띄어라. 잊히지 않는 사람이 되어라.”


현대 사회는 관심이 곧 통화(currency)이며, 주목은 자본이다. SNS와 영상 플랫폼이 일상화된 지금, 사람들은 타인의 눈에 비치지 않는 순간 존재의 사회적 실체를 잃는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존재 자체가 ‘보임’과 ‘기억됨’에 의해 정의되는 시대다.


관심은 곧 존재다 – '기억의 경제'에서 사는 인간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사회적 지위를 구성하는 자본의 형태 중 하나로 '상징 자본'을 제시했다. 이는 명예, 이미지, 대중의 기억 속 평판을 포함한다. 과거엔 귀족성과 족보, 지금은 팔로워 수와 노출 빈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기억의 경제’(Attention Economy)다. 기억되는 자만이 의제 설정을 할 수 있고, 보이는 자만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즉, 보임을 통제하는 자가 현대의 권력자다.


왜 악명이 무명보다 나은가?


"좋든 나쁘든 관심을 받는 자가 이긴다"는 말은 단순한 역설이 아니라, 현실 사회의 작동 방식이다.


정치인 트럼프는 말실수와 논란을 '브랜드화'했다. 유튜버는 자극적인 썸네일과 과한 연출로 알고리즘 상단을 차지한다. 광고 역시 “기억에 남기 위한 자극”을 우선시한다.


이 모든 현상은 심리학 이론인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할 때 머리에 떠오르기 쉬운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을 말한다. 즉, '자주 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지적 착시다.


그러므로 긍정이든 부정이든,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존재가 사회적 영향력에서 앞선다. 비난은 일시적이지만, 무관심은 영원한 사형선고다.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 ‘도플갱어 전략’


고정된 이미지는 소비되고 사라진다.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인물에 흥미를 잃는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주목을 원한다면, 반복이 아닌 변신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이 익숙한 자극에는 주의력을 자동으로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익숙함 → 무시됨 → 소외라는 인식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이미지, 예기치 못한 변화, 전략적 모호성(strategy of ambiguity)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일명 ‘도플갱어 전략(Doppelgänger strategy)’이다. 하나의 이미지로 성공한 뒤, 전혀 다른 인물처럼 스스로를 복제하고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BTS, Lady Gaga 등은 이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스타성을 구축했다.


신비는 권력이다 — 보이지 않는 것의 매혹


사람들은 모든 걸 말하는 사람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더 궁금해한다. 심리학에서 '잉여주의(redundancy aversion)'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이미 다 아는 대상에는 관심을 끊고, 미지에만 주목하려는 본능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프로이트가 말한 '불가사의한 것에 대한 끌림(Unheimlich)', 니체가 말한 “모호한 것의 권위”,

하이데거가 강조한 '존재의 숨김성과 깊이'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신비로움은 지적인 우위, 사회적 권위, 감정적 여백을 동시에 준다.


그러나 과도한 연출은 역풍을 부른다


관심은 양날의 칼이다. 잘만 쓰면 기회가 되지만, 자칫하면 낙인이 된다. 1분 영상 속 잘못된 단어 하나가 수년의 평판을 무너뜨릴 수 있다.


조작된 신비로움은 “사기”라는 프레임으로 전환되기 쉽다. 논란의 반복은 ‘전략’이 아니라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된다. 따라서 주목받기 위한 행동에는 윤리적 기반과 진정성의 조율이 필요하다.


현대의 생존법: 전략적 가시성과 조절된 익명성의 균형


우리는 이제 '전략적 가시성'(strategic visibility)이라는 새로운 생존술을 요구받는다. 필요할 땐 튀어야 한다. 위기일 땐 조용히 사라질 줄 알아야 한다. 평소엔 자기 정체성을 변주하는 연출 능력이 필요하다.


현명한 자는 빛날 때와 물러날 때를 안다. 자신을 주목의 중심에 두되, 그 중심이 타인에게 혐오가 되지 않도록 조율할 줄 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주목”, 곧 진정한 영향력자의 조건이다.


결론 요약


주목은 권력이다.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논란도 자산이 될 수 있다. ‘악명’은 종종 ‘브랜드’가 된다.

반복은 퇴색이다. 끊임없는 변신으로 신선함 유지.

신비는 매혹이다. 다 보여주지 말고 일부러 감추라.

균형이 핵심이다. 튀되, 조율하라. 리스크는 철저히 계산하라.


마무리의 통찰


오늘날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주인공”을 갈망한다. 모두가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시대, 평범함은 곧 익명성이라는 사회적 죽음과 같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단지 “소음이 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략적으로 주목받고, 신중하게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이 '관심 경제' 사회에서 살아남는 가장 인간적이며 지적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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