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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신경을 지키는 지혜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삶의 선택

by 엠에스

<대상포진, 신경을 지키는 지혜>

-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삶의 선택

우리는 백세 시대를 살아갑니다. 오래 산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지만, 그 축복은 병과 고통으로 얼룩지지 않을 때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노년기에 흔히 찾아오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대상포진(herpes zoster)입니다.

이 질환은 단순히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신경을 파괴하며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질환입니다. 무엇보다도, 한 번 발병하면 평생을 따라다니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에 “늦기 전에 예방해야 할 질환”으로 꼽힙니다.

한국 사회의 현실: 늘어나는 대상포진 환자

2024년 기준, 한국의 대상포진 환자는 연간 약 80만 명에 이릅니다. 성인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은 걸린다고 할 만큼 흔한 병입니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1.5배 많습니다.

문제는 단순 발병이 아니라, 환자의 약 10~20%가 후유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에 시달린다는 점입니다. 이 신경통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지며, 칼로 베는 듯한 통증 때문에 삶의 의욕을 빼앗아 갑니다.

70대 후반인 지인은 평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만 보 정도의 운동을 해왔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운동량을 만 오천 보에서 이만 보로 늘린 후 체중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하자 기쁜 나머지 강도를 차츰 높여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구완와사처럼 얼굴이 돌아가버렸다. 병원에 급히 방문 진단 결과 면역력 저하에 따른 얼굴 대상포진이라고 한다. 약물치료를 하고 안정을 취했지만 정상복귀에는 4개월 이상이 걸렸다. 대학 친구는 대상포진 걸린 후 병원생활만 7년째 하고 있다.

고통의 본질: 신경을 갉아먹는 질환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가 몸속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재활성화되면서 생깁니다. 따라서 대상포진은 단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신경계의 질환입니다.

ü 피부 발진과 수포는 눈에 보이는 흔적일 뿐, 실제로는 신경 섬유가 손상됩니다.

ü 통증은 마치 전기가 오듯, 불에 덴 듯, 혹은 바늘로 찌르는 듯 나타납니다.

ü 눈이나 귀를 침범하면 시력 저하, 청력 상실, 심지어 뇌수막염·뇌염 같은 합병증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환자에게 이렇게 고백하게 만듭니다.

“살아있지만 사는 게 아닙니다.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옷이 스치기만 해도, 바람이 불기만 해도 고통이 밀려옵니다.”

이처럼 대상포진은 단순히 육체적 질병이 아니라, 삶의 존엄과 일상의 즐거움을 무너뜨리는 질환입니다.

늙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면역력이 무너져 생기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질은 면역력의 붕괴에 있습니다.

ü 50세 이후 급격히 늘어나지만,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한 30~40대에서도 발생합니다.

ü 당뇨병, 암 치료, 면역억제제 사용 환자에서 발병률은 훨씬 높습니다.

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로 젊은 층 발병도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즉, 대상포진은 단순히 노화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생활습관과 환경이 빚어낸 면역의 균열에서 비롯됩니다.

사회적 차원의 문제: 고립과 통증이 만드는 그림자

대상포진의 가장 큰 문제는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통증입니다. 만성화된 신경통은 우울증, 불면증,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환자 중 상당수가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렵고, 고령 환자는 사회 활동을 중단하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고통을 넘어, 노인 복지, 의료비, 간병 부담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비용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킵니다.

더구나 한국 사회는 빠른 고령화 속에서 대상포진 발병률이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치매와 함께 “노년기 2대 재앙 질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예방: 백신과 생활 관리

다행히 대상포진은 예방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질병관리청은 50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장합니다. 특히, 고위험군(당뇨, 암, 면역저하 환자)은 반드시 접종을 고려해야 합니다. 백신은 발병률을 크게 낮추고, 설령 걸리더라도 신경통 같은 합병증 위험을 줄여줍니다.

그러나 백신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면역력을 지키는 생활습관이 필수적입니다.

ü 균형 잡힌 식사: 단백질·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

ü 규칙적인 운동: 주 3회 이상 유산소+근력 운동

ü 스트레스 관리: 명상, 취미 활동, 사회적 교류

ü 충분한 수면: 면역 회복의 기본 조건

신경 건강을 위한 3권·3금·3행

대한신경학회 권고를 참고해, 대상포진 예방을 위한 생활 지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3권(勸): 권장해야 할 것들

ü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을 강화하라.

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취미와 교류를 지속하라.

ü 정기 건강검진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라.

3금(禁): 반드시 피해야 할 것들

ü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면역을 약화시키므로 피하라.

ü 과로와 수면 부족은 대상포진의 직접적 유발 요인이다.

ü 통증을 참거나 방치하지 말라. (초기 치료가 후유증을 막는다)

3행(行): 꼭 실천해야 할 것들

ü 50세 이상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고려하라.

ü 발진·통증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진료받아라.

ü 고위험군은 평소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라.

신경을 지킨다는 것, 존엄을 지키는 일

대상포진은 단순한 질환이 아닙니다. 신경의 고통은 인간의 일상과 품위를 무너뜨립니다. 그러나 예방 백신과 생활 관리를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치매 예방이 ‘기억을 지키는 일’이라면, 대상포진 예방은 ‘신경과 존엄을 지키는 일’입니다. 지금의 선택이 노년기의 삶을 바꿉니다. 걷기, 대화하기, 웃기, 그리고 백신 접종 — 이 모든 작은 실천이 고통 없는 미래를 여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대상포진 예방은 선택이 아니라, 삶 전체를 위한 전략입니다. 오늘의 작은 실천이 내일의 고통을 지워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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