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더 가지려 하는가
― 인간은 왜 더 가지려 하는가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것을 ‘갖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유물이 우리를 붙잡아 두기도 한다.
어떤 물건을 가지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쓰게 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결국 소유는 자유를 늘리기보다 새로운 의무와 걱정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들은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지만, 결국 물건이 우리를 소유한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인간 사회의 많은 갈등은 ‘소유’에서 시작된다. 더 많이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 사이의 비교, 경쟁, 시기와 질투가 그 틈에서 생겨난다. 물질이 풍요로워질수록 마음이 평화로워질 것 같지만 현실은 종종 그 반대다. 비교의 기준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된 지혜들은 반복해서 말해 왔다.
“적게 가질수록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삶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보인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고, 떠날 때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평생 붙잡고 있던 많은 것들은 결국 잠시 맡아 두었던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동서양의 사상은 ‘소유’보다 ‘존재’를 더 중요한 가치로 보아 왔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Erich Fromm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인간이 ‘소유하는 삶(Having)’과 ‘존재하는 삶(Being)’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보았다. 소유의 삶은 끊임없이 더 많이 가지려는 삶이며, 존재의 삶은 경험하고 사랑하고 창조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비슷한 통찰은 동양 사상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의 수행자이자 사상가인 법정은 『무소유』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것을 갖는다.”
여기서 말하는 ‘무소유’는 실제로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소유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의 자유를 말한다. 물건은 필요할 때 사용하되,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도록 두지 않는 태도이다.
사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음식, 안전한 거처, 관계, 그리고 의미 있는 삶. 이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이다.
그러나 욕망은 다르다. 욕망은 끝이 없다.
심리학자 Abraham Maslow가 설명한 인간 욕구 단계에서도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은 더 높은 욕구를 향해 나아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욕망이 ‘필요’를 넘어 ‘끝없는 비교 경쟁’으로 변질될 때이다.
현대 소비사회는 이 욕망을 더욱 자극한다. 광고는 끊임없이 말한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금 더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삶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가질수록 더 필요해지고, 더 가질수록 더 부족해지는 감각이 생긴다. 이것이 인간 욕망의 구조다.
그래서 지혜로운 삶은 욕망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있지 않다. 욕망과 필요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에 있다.
● 필요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 욕망은 비교에서 태어나고
● 탐욕은 두려움에서 자란다.
잃을까 봐 두렵기 때문에 더 쌓아두려 하고, 남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하기 때문에 더 가지려 한다. 하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많이 가진 사람이 반드시 풍요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이란 많이 소유하는 삶이 아니라 깊이 존재하는 삶이다. 사랑할 줄 알고 나눌 줄 알고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느낄 줄 아는 삶.
결국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삶의 가장 큰 자유는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