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바람이 건네는 낮은말을
가만히 듣고
물처럼 돌아가며
천천히 흘러도 되는 것이었다.
굳이 하늘을 떠받드는
낙락장송이 되지 않아도,
사람들 발길 드문
잡목림 가장자리에서
봄이면 하얗게 웃는
찔레 한 그루로 살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었다.
도랑물 졸졸 흐르는 소리
하루 종일 들으며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는
감나무 한 그루면
그만이었을 삶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더 누리겠다고
잠시 스쳐 갈
부귀영화를 붙잡겠다고
세월의 숨결까지
헐떡이며
아등바등 살아왔던가.
사랑도
과일처럼 익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덜 익은 사랑은
혀끝에 쓰고
가슴에는 오래 아프다는 것을.
조금 더 고운 마음으로
조금 더 따뜻한 기다림으로
천천히 익혀야 한다는 것을.
젊은 날에는
왜 그리 서둘렀을까.
지금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홍시처럼
내 안에서
조용히 무르도록
익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겨울바람이 매서워도
끝내 떨어지지 않고
가지 끝에 남아
세상의 마지막 바람이 전하는
낮은말을
한 번쯤 듣고 싶다고.
그래서
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새순처럼
맑고 고운 마음 하나 품고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시작하듯
그저
예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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