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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May 27. 2022

"여름 빛 아래"


태어나 여름을 사랑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황수영 작가님의 "여름 빛 아래" 첫 장을 읽기 전까지는, 여름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쩐지 읽다 보면 미약하게 울고 싶어지는 그 첫 장 속에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반짝거리며 담겨있다. 가만히 손가락으로 종이 위를 문질러 가며, 천천히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한여름의 쨍쨍한 햇볕 아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여름 뿐 아니라 이 책과도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누구나 그렇듯 아름다운 글과는 사랑에 빠질 수 밖에,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할 만큼. 책을 읽으며 심호흡을 한다. 읽다가도 자꾸만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해본다. 다 읽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다. 두통에 머리가 지끈거리더라도 노트북을 열어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담는다. 한 줌도 빠짐없이 모두 담겼으면 좋겠다.


여름을 사랑해본 적이 없는 사람과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어떤 차이점이 그 둘을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 진득거리는 살갗 위를 쓸어내리며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순간 귓가를 스치는 후덥지근한 바람 한 줄기를 사랑하는 마음. 아무도 이걸 알려주지 않았음에 서러워진다. 여름을 사랑할 수 있다고 누군가 더 일찍 알려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아직 여름이 채 다가오지 않은 5월, 아직 만나지 못한 낯선 여름이 야무진 속도로 영글어지고 있으리라. 그러다 불볕 더위에 잠 들지 못하는 밤이 찾아오면, 그 무엇보다 여름이 싫어지는 날일 때면 이 글이 다시 생각나려나. 책장 깊은 곳에서 꺼낸 책의 첫 페이지를 적당한 속도로 읽으며, 이마에 흘러 내리는 땀방울을 훔쳐 가며..






안녕하세요, 떨리는 마음으로 첫 글을 발행합니다. 윈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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