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이제는 뒤를 보지 말고 앞을 볼때

이제, 진짜 수영을 하면 돼.

by Blue Page

해미의 2미터쯤 앞. 별로 먼 것 같지 않은 데서 아이들이 깔깔대고 있다.

왜 나라고 할 수 없었을까.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생각을 한 뒤에.

해미는 그전에 무작정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찾아보고, 그래서 관련된 유명인들의 말이나, 명언도 많이 아는데. 정작 그것을 실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막상 극복하니, 왜 이걸 못 했지 싶었다. 이제까지 해미는 자신과 물이, 완전히, 극히, 정반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에서 깔깔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제까지는 대단하다, 부럽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고, 자신도 그것이 '당연하다'라고 여겼다.

그래, 나 트라우마 있어. 못 들어가.

이것이 해미의 모습이 된 것이다. 약하고, 무서워하고, 소름 끼치고…….

그렇다, 실제로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을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실, 그러진 않았다. 그래서 저번에 처음, 수영장에 갔을 때도 그렇게 두려운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그냥……콘셉트이었을까? 하고 자신을 옥좨오는 생각에, 해미는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을 너무 압박하는 것 같았다.


그때는 진짜 힘들었고, 지금 이렇게 극복을 했으니까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는 거야. 다시 트라우마 생기고 싶어? 이제, 진짜 수영을 해 보자.


해미는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사실, 그 일이 있고 나서 트라우마가 있던 적이 없지는 않으니까.

"괜찮아, 나……. 이제, 진짜 수영을 해 보자."

해미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후…….

그리고 앞을 보았다. 진짜 앞을 보기도 했고, 이제 자신의 뒤를 보며 한탄하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기도 했다.

앞에는 깔깔대며 물싸움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 뒤로는 어둡지만은 않은 미래가 조용히 내리 앉아있었다.

해미가 한발, 한발 앞으로 다가갔다. 5 발자국밖에 안 되는 걸음이었다.

그래, 앞으로도 딱 5 발자국만 걸으면 돼. 그럼 다, 돼.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어? 강해미, 너 왜 이렇게 비장한 표정이냐? 뭐 전쟁 나가?"

그때, 현준이 잔뜩 굳은 해미를 발견했다. 자신은 위로하느라 표정이 굳은 해미는, 그대로 눈만 들어서 현준을 봤다.

음…… 째려.

"야……."

현준은 잠깐 움찔하더니, 곧 입 한쪽을 올려 씩. 웃었다.

"……하."

가소롭다는 뜻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해미가 입을 열었다.

"아… 한 판 해보자고?"

해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 앞에 있는 물을 현준 얼굴에 쳐냈다.

"어풉."

하는 갓 밑단니, 곧 물은 해미에게도 날아았다.

해미는 물을 바라보았다. 글쎄……? 이걸 어떻게 하지?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해미는 생각할 시간은 있었지만, 피할 시간은 없었다. 그런데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해미는 이걸 어떻게 맞지? 하는 이상한 고민을 하는 것이 됐다.

이상했다. 보통 아이는 손으로 가리거나, 물속으로 피하 거나해서 물을 피할 생각을 할 텐데 해미는 이것을 어떻게 잘 맞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니.

해미의 얼굴쪽으로 물을 보낸 현준도, 해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해미는 그냥 맞기로 결정한 듯, 아주 경건한 표정을 짓고, 물안경과 모자를 벗어던졌다. 해미가 물안경과 모자를 벗어던진 순간, 물이 해미의 얼굴에 닿았다.

드디어……!

해미의 표정에서 생각을 읽을수 있었다.

철썩.

경건한 얼굴을, 물이 알았는지 제법 큰 소리가 낮다. 물을 맞은 해미의 입이 올라갔다. 그리고 웃었다.

"너무 좋아!"

해미의 말을 들은 모두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뭐가 좋아? 물을 맞았는데 좋아? 하는 표정이었다. 어떤 아이는 '너 미쳤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

이제 아이들 모두가 '너 미쳤구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야, 물 너무 좋아!"

해미의 목소리는 조금… 컸다. 코치님이 들을수 있을 정도로.

코치님의 목소리는 컸다.

"그래, 그래 물도 좋아하고! 근데, 너희 놀고 있는 거야? 간도 크시네. 알아서들 책임질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그리고 너희 뭐 해미 물 맞추기라도 하냐? 쟤 지금 실성한 거 같은데? 실성은 좀 시키지 마라, 놀때. 그리고 너희……."

"아, 너 들어봐. 그래서, 걔가 한다고 했다고?"

곧 담당 선생님 목소리에 묻혀 버리긴 했지만.

"아, 모르지."

코치님은 천하태평한 목소리였고, 담당 선생님은 약간 짜증이 묻어있었다.

듣고 있던 아이들이 해미가 한 이상한 이야기는 잊은 채, 코치님에게 한숨을 보냈다.

에휴……. 우리 코치님 어떡해…….

한숨을 쉰 해미가 갑자기 방방 뛰어다녔다.

"야호! 난 이제 물이 좋아, 물이 좋아!"

정말 미친건가.

이런 아이들의 시선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아는 이제 해미가 살짝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어떻해, 원래 저런 아이 아닌데, 애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아냐?

"야, 애 실성시키진 말라고했지."


그날을 기점으로, 해미는 수영부에서 '물을 많이 좋아하는 이상한 언니, 누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