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
“줄리엣.”
아, 좀 그만! 하는 심정으로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답했다.
“네, 네.”
알겠으니까 말 시키지 마라. 이런 뉘앙스였다. 그런 줄리엣에게 엄마의 한숨이 돌아왔다. 나도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이 상황이 좋으리란 얘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 어떡한가.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걸 어쩔 수는 없잖아. 참는 게 병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엄마와 신경전을 벌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아침이어서,
“졸리고.”
엄마 때문에,
“짜증 나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건 없고.”
중간중간 자신의 마음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걸 느끼면서 난 내 머리를 꽉 묶었다. 풀리지 않게 꽉!
절대 풀리면 안 됐다, 내 머리는.
내 사자 머리를 만천하에 공개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머리는,
“여전히 곱슬이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을 하나 더 추가했네. 아, 두 개다. 한숨까지.
“하….”
난 아침에 준비하는 시간이 싫었다.
줄리엣의 머리는 강 곱슬머리인 데다가, 숱도 많다.
그래서 줄리엣은 언제나 머리를 빗지 않고 꽉 묶는다. 어차피 빗어도 부스스할 테고, 머리만 아플 텐데 시간 아끼는 차원에서 그냥 묶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면 줄리엣의 머리는 줄리엣의 뒤통수 뒤에 말 꽁지처럼 제각기 퍼져있다.
난 그 머리를 거울로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줄리엣? 다이앤 기다린다.”
난 대답하지 않은 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밖에는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팔짱을 끼며.
“알겠어, 알겠다고. 어제는 가다가 만났어. 안 늦었다고.”
가방에 물통을 집어넣으며 대답하곤, 서둘러 신발을 신었다.
“어제? 한 번이잖아. 저번 주에는 다 다이앤이 기다렸지? 넌 그런 적 있니?”
내 뒤통수에는 엄마의 잔소리가 따라왔다.
줄리엣도 1학기 때 다이앤을 기다리는 날이 많았다. 2학기 때도 적지 않을 만큼은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몰랐다.
난 뒤를 돌아 실내화 가방을 챙기면서 눈을 굴렸다. 그리고 엄마의 잔소리는 무시한 채, 현관문을 열었다.
“제발 빨리 준비해, 그럴 거면 같이 가지 말…….”
“다녀오겠습니다.”
같이 가지 말라니, 그러면 외롭게 혼자 가라는 말인가?
그렇게 혼자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내 눈앞에 다이앤이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현관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것이다. 엄마의 말을 현관문을 열면서 곱씹었으니까.
“아, 안녕.”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일찍 나왔네? 아, 내가 늦게 나왔나? 오늘 늦게 일어나서.”
사실 평소와 비슷하게 일어났지만, 난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미안.”
다이앤은 다 안다는 듯 표정이 해맑았다. 줄리엣은 그 표정이 부러웠다.
그 해맑은 표정 덕분인지, 다이앤은 진짜 초등학생 같았다.
하지만 줄리엣은…… 다이앤에게 뭔가 많이 숨기는 것 같았다.
“줄리엣?”
다이앤의 목소리에 고개가 들렸다.
“응?”
다이앤이 신이 나서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 어제 특공에서……."
"얘들아, 오늘부터 전학생이 왔어."
선생님말에 내 귀가 반응했다. 전학생? 나는 다이앤을 힐끗 쳐다봤다. 생각에 잠겨 있는 걸 보아서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나도 그러면 좋겠다. 부럽다. 자신도 모르게 줄리엣이 생각했다.
다이앤은 매사에 막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지 않는다. 그냥 흐르는 대로. 줄리엣과 반대되게.
줄리엣은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렇다고 깨끗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그냥, 뭐랄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을 많이 쓴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지금도 전학생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 고민하고 있는다.
"누굴까?"
난 뒤에 있는 여자애에게 몸을 기울였다.
"음……. 그러게."
하고 하하 웃는다. 그 여자애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난 조용히 웃었다. 여자애들과 얘기할 때는 웃음이 일상이 된다. 그냥 웃긴 말을 해도 웃고, 슬픈 말을 해도 괜찮을 거야, 하며 웃고, 그냥 말을 하면 좀 가줄래, 하는 마음으로 웃고…….
진짜 일상이다.
그런데 진짜 누굴까? 하며 전학생에게 물음표를 수백 개도 넘게 던진다.
정말 잘해줘야겠다고 다짐도 한다. 그런데, 그 둘일 줄을 전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