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 틈새의 노란별 하나

혼자 읖조린 시 9

by 글빛누리

바람에 떠돌던 이름 없는 씨앗 하나

그 좁고 어두운 낭떠러지로 떨어졌을 때

씨앗은 묻지 않는다 여기가 맞느냐고.


비는 잠깐 머물렀다 떠나고

햇빛은 무심히 스쳐갔지만

그 작은 씨앗은

그 모든 무심함을 끌어안고

조용히 뿌리를 내렸다


세상은 그것을 '고립'이라 불렀으나

민들레는 그것을 '정착'이라 읽었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더듬는 뿌리는

내려간다 균열을 따라, 더 깊은 균열을 찾아.

절망의 깊이만큼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


보이지 않는 대지의 핏줄을 기어이 찾아내고

마침내 사람들의 무심한 발길 사이로

노란 웃음 한 조각을 밀어 올린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눈부시게 피어난

틈새의 기적.

좁은 구멍은 감옥이 아니라

하늘로 오르는 유일한 통로였음을


흩날리는 홀씨가 바람의 등에 업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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