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윈터양 이야기 11화:윈터 양의 사연

고요한 걷기에서 피어나는 관계

by 글빛누리

11화 : 윈터 양의 사연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명확했다. 좀머 씨와는 다른 종류의 평온함이 있었다.

"저는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어요."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저도 누군가를 잃었어요. 제 남편이었죠."

소년은 그제서야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녀가 반지를 끼웠던 자리에는 여전히 희미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음악가였어요. 첼리스트였죠." 그녀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마치 아름다운 선율을 듣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함께 연주회도 많이 했어요. 저는 피아노를, 그는 첼로를. 아주 작은 공연장들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카네기홀보다도 소중했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병이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두통이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연습 중에 자꾸 멈추더라고요. 첼로를 들고 있다가 그냥 멍하니 있곤 했어요."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한 달 만에 그는 세상을 떠났어요. 뇌종양이었죠."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지만, 그 안에는 처리되지 않은 충격이 남아 있었다. "너무 빨랐어요.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죠. 마치 하나의 곡이 갑자기 중단된 것 같았어요."

좀머 씨가 이번에는 그녀의 손을 조용히 감싸 쥐었다. 그것은 서로의 아픔을 아는 사람들만이 주고받을 수 있는 위로였다.

"그의 죽음 이후, 저는 음악을 가르칠 수 없었어요." 그녀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피아노 건반을 보면 그의 첼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거든요. 학생들 앞에 서 있으면, 언제나 그가 옆에서 함께 연주하고 있을 것 같았어요."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어갔다.

"그래서 저도 걷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좀머 씨와는 달리, 저는 기억하기 위해 걸었죠." 그녀의 눈에 따뜻한 빛이 스며들었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들, 함께 갔던 공원들, 함께 들었던 거리의 소음들까지...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했어요."

그녀는 좀머 씨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어느 날,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걷는 이 분을 발견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작은 웃음이 섞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이나 저녁이나 항상 거기 계셨죠. 마치 시계처럼 정확하게."

그녀는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어요. 왜 이렇게 규칙적으로 걷는 걸까? 어디로 가는 걸까?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그렇게 관찰하다가... 어느 날부터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죠."

좀머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모른 척했지. 하지만 매일 같은 사람이 내 뒤를 따라오는 게 느껴졌어. 발걸음 소리가 내 리듬과 점점 맞춰지고 있었거든."

윈터 양이 조용히 웃었다. "저는 멈추기를 기다렸어요. 언젠가는 쉬실 텐데, 그때 말을 걸어볼까 했죠. 하지만 이 분은 절대 멈추지 않으셨어요."

"그러다 점점 더 가까이서 걷게 됐지." 좀머 씨가 말했다. "처음에는 불편했어. 오랫동안 혼자 걸었으니까. 다른 사람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웠지. 하지만..."

"하지만 점점 익숙해졌어요." 윈터 양이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우리는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함께 걷는 것 자체가 대화였으니까요. 같은 속도, 같은 방향, 같은 침묵."

소년은 그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방식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해온 사람들처럼, 서로의 말을 예상하고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이중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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