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윈터양 이야기 13화: 새로운 걸음

고요한 걷기에서 피어나는 관계와 회복의 서사

by 글빛누리


13화 — 새로운 걸음

계절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제 좀머 씨와 윈터 양과 소년, 세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은 마을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처음에는 한 주에 한 번, 나중에는 거의 매일, 소년은 그들과 함께 걸었다.

소년은 더 이상 관찰일지를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좀머 씨에게서 건축에 대해 배웠고, 윈터 양에게서 음악의 기초를 배웠다.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스승이자 친구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어디로 걸을까?" 좀머 씨가 물었다.

이것은 새로운 변화였다. 이전에는 항상 같은 길만 걸었던 그가, 이제는 다른 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이다.

"강가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윈터 양이 제안했다.

소년은 신이 났다. "거기 새로 만든 다리도 볼 수 있을 거예요!"

좀머 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강은 그에게 여전히 어려운 기억이었다. 하지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리를 보러 가자."

그들은 새로운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것은 단순한 방향 전환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의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다.

강가에 도착했을 때, 좀머 씨는 잠시 멈춰 섰다. 물의 흐름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윈터 양이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

"괜찮아요?"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괜찮아."

소년은 앞장서서 다리로 뛰어갔다. "와서 보세요! 정말 멋져요!"

새 다리는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했다. 좀머 씨는 건축가의 눈으로 그 구조를 살펴보았다.

"잘 지었군." 그가 중얼거렸다. "균형이 좋아."

소년은 신이 나서 다리 위를 뛰어다녔다. 윈터 양은 난간에 기대어 강물을 바라보았다.

"아름답네요." 그녀가 말했다.

좀머 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은... 항상 아름다워."

그는 조심스럽게 다리 위로 걸어갔다. 그리고 중간쯤에서 멈춰 섰다. 오랫동안 그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가 사라졌다.

"안녕..." 그가 작게 속삭였다. 누구에게 하는 인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오래도록 미뤄온 인사였다.

윈터 양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나란히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소년도 조용히 그들 옆에 섰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 침묵은 이전과는 달랐다. 그것은 회피의 침묵이 아니라, 치유의 침묵이었다.



함께 걷는 세사람.png


다시 겨울이 왔고, 또다시 봄이 찾아왔다. 소년은 이제 열 살이 되었고, 좀머 씨와 윈터 양과의 산책은 그의 일상이 되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그들은 언덕 위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었다. 좀머 씨는 이제 가끔 그들을 위해 요리를 했고, 오늘은 그가 만든 샌드위치를 함께 나누어 먹고 있었다.

"질문이 있어요." 소년이 갑자기 말했다.

"뭐니?" 좀머 씨가 물었다.

"두 분은... 서로 사랑하세요?"

좀머 씨와 윈터 양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사랑이라..." 좀머 씨가 천천히 말했다. "그건 복잡한 질문이구나."

윈터 양이 미소 지었다. "난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각자의 방식으로."

좀머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서로의 걸음에 맞추는 법을 배웠지. 그게 어쩌면 사랑의 한 형태일 수도 있고."

소년은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보통 손을 잡거나, 안거나, 뽀뽀도 하잖아요."

윈터 양이 웃음을 터뜨렸다. 좀머 씨의 얼굴도 조금 붉어졌다.

"모든 사랑이 같은 방식으로 표현되진 않아." 윈터 양이 부드럽게 설명했다. "어떤 사랑은 함께 걷는 거고, 어떤 사랑은 기다려주는 거야. 어떤 사랑은 말없이 이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좀머 씨가 조용히 덧붙였다. "우리는 각자 과거의 사랑을 품고 있어.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지."


소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두 분은 가족인가요?"

좀머 씨와 윈터 양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미소 지었다.

"그래," 좀머 씨가 대답했다. "우리는 일종의 가족이야. 너도 포함해서."

소년의 눈이 커졌다. "저도요?"

윈터 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가족은 꼭 피가 같아야 하는 건 아니야. 함께 걷고,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이 가족이 될 수 있어."

그 말은 소년의 마음 깊숙한 곳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그럼 우리 셋은 앞으로도 계속 함께 걸을 거예요?"

좀머 씨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리가 허락하는 한."

윈터 양이 웃었다. "우리의 걸음이 느려져도, 우리는 계속 함께 걸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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