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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샤 Apr 21. 2024

"한 입만"소리에 귀가 녹아 버릴지도 몰라.

아이스크림에 영혼을 빼앗겼던 그날 그 순간.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혼자 다니면 아가씨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젊고 예뻤다. 실제로도 어린 나이의 엄마였다. 일찍이 아픈 사랑을 했고 그 열매였던 우리 두 자매를 엄마 혼자 책임져야 했다.


당연히 형편이 좋을 리가 없었다. 셋방살이를 하던 우리 집은 방 한 칸에 부엌하나 겨우 딸린 보잘것없는 집이었다. 화장실도 밖에 있어서 서로 번갈아 보초를 서주어야 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던 엄마는 밤늦도록 미용실에서 일을 했다. 늦은 밤까지 엄마 없이 지내야 했던 우리 자매는 밤이 무서웠다.


무서움을 달래기 위한 존재가 필요했다. 반려병아리. 그 시절 국민학교(초등학교) 앞에선 늘 병아리를 팔았고 병아리는 충분한 존재였다.


동생과 난 병아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신기했다. 배춧잎을 잘라 주면 쪼아 먹고 다니는 모습, 지렁이나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 물 먹을 때 하늘을 보며 꼴꼴꼴꼴 하는 것 같은 모습. 작은 것 하나하나 “우와.” 소리를 내지르게 만들었다.


병아리가 라면국물에 빠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날은 라면을 먹고 있었다. 병아리가 내 주변을 빙빙 도는 모습을 보고 상위에 올라오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큰 착각이었다. 갑자기 귀여운 날개 짓을 하더니 라면국물 안으로 뛰어드는 게 아닌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놀라 허둥대고 있었다. 병아리가 스스로 탈출했는지 내가 구조했는지 순간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미 라면 국물을 뒤집어쓴 병아리는 많이 아파 보였다. 털을 닦아주고 빨갛게 부은 발에 바셀린을 발라주었다. 며칠 뒤 우리 자매는 더 이상 반려병아리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날 학교 수업을 마친 난 집 앞 가게에서 월드콘을 하나 사서 먹고 있었다. 세상 그렇게 꿀맛인 아이스크림은 처음이었다. 기다랗고 제법 크기도 컸던 월드콘인데도 먹어 없어지는 것이 아쉬워 아껴먹고 있었다.


갑자기 동생이 나타났다. 월드콘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입 주길 바랐던 모양이었다. ‘난 네 언니가 아니야.’라는 듯 애써 눈을 피하며 할짝할짝 먹었다. 순했던 동생은 언니인 내가 먹어보라고 건넬 줄 믿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우린 자매인 듯 자매 아닌 듯 머쓱하게 서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일까지 천천히 아껴먹고 싶었다. 생각과 달리 나는 빠르게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고 있었다. 동생 입에서 “한 입만” 소리가 나오기 전에 빨리 먹어치워야 했다.  내 귀에 한입만이라는 단어가 꽂히는 순간 귀가 녹아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했다. 아이스크림에 영혼을 빼앗겼던 그날 그 순간이었다.


동생은 끝까지 한 입만 달라는 소릴 않았다.


그날 그 순간을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은 못된 언니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의 나도 어렸으니까.





















사진출처 : pexels_RDNE Stock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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