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
어느덧 건축 설계 사무소 근무한 지 10년도 넘었습니다. 그동안 3개의 회사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건축주(클라이언트) 들을 봤습니다. 크게 두 가지 부류의 건축주로 나뉩니다. 좋은 건축주, 나쁜 건축주. 여기서 말한 좋고 나쁘다의 기준은 오로지 건축주 자신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자신이 마련한 자본에 원하는 공간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은 건축주입니다. 반면에 나쁜 건축주는 조금의 이익을 보려다가 결국 따지고 보면 손해를 더 크게 봅니다. 지금부터 나쁜 건축주가 어떻게 손해를 보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평당 공사비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통용되는 기준점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건물 짓는 것을 보면 평당 공사비가 얼마나 허상인지 매 번 깨닫습니다. 허상인 이유 중에 첫 번째로 평당 공사비는 매 년 오릅니다. 항상 건축주가 주변으로부터 듣는 평당 공사비는 10년 전 가격입니다. 요즘에는 평당 600만 원이지만 과거 10년 전에는 평당 300만 원이면 충분하다 했습니다. 그 당시에 대부분 평당 600만 원은 들여야 문제없이 온전하게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시공사는 건축주를 불쌍하게 여겨 재료비만 받고 인건비는 무료봉사하는 비영리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그들도 이익이 나야 본인의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나쁜) 건축주가 평당 600만 원 아니면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일단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다 지어갈 때쯤에 시공사는 추가공사비를 요구합니다. 실제 들어간 공사비에 면적(평)을 나누니 사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건축주는 시공사를 그저 '나쁜 놈들' 혹은 '도둑놈들'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시공사입장에서는 억울합니다. 실제로 그만한 돈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요즘 평당 1000만 원이 든다고 합시다. 이 '평당'이라는 기준은 몇 평을 말하는 걸까요? 평당 공사비의 오류는 이 면적부터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설계사무소에 일하면서 3층 합쳐 15평짜리 집도 설계해 봤고, 250평짜리 다가구주택도 설계해 보았습니다. 평당 공사비는 얼마나 들었을까요? 전자는 평당 2,000만 원이 들었고, 후자는 평당 1,000만 원이 들었습니다. 사용하는 재료나 인건비의 '기본 단가'는 같지만 왜 이렇게 다를까요?
잠시 딜러가 되어봅시다. 당신이 물건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인데, 어떤 사람이 1개의 물건을 산다고 가정해 봅시다. 물건의 값은 100만 원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같은 물건을 1000개를 사겠으니 물건 값을 80만 원에 달라고 합니다. 1개당 단가는 낮지만 전체 판매가와 마진은 후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규모의 경제'라고 합니다. 공급자는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단위당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총 이윤 증대로 이어지기에 거래를 성사합니다.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주는 평당 공사비만 신경 쓰는 사이에 시공사는 전체 공사비를 신경 씁니다. 아까 말한 3억짜리 건물(평당 2천만 원)과 25억짜리 건물(평당 1천만 원)은 전혀 다른 마진이 남습니다.
또 하나의 오류는 허가면적과 실제공사면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건축주는 주택을 허가받을 때 발코니 면적을 확장하여 총연면적을 줄여서 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공간을 '서비스 면적'이라고 부릅니다. 서비스라니 공짜겠구나 싶지만 시공자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서비스 면적이라도 실제로 그 공간에는 바닥재, 벽재, 천장재와 조명이 들어갑니다. 그게 다 돈입니다. 시공자는 도면을 체크하면서 실제 들어갈 물량을 계산하기 때문에 허가면적과 공사면적은 상이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서비스 면적은 오롯이 관공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수평적인 면적만 생각했지만 수직적인 면적도 생각해야 합니다. 한 번은 집 외부에 프라이버시를 위해 건물 높이만큼 콘크리트 가벽을 세워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요구사항을 반영했고 나름 근사하게 설계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비싸게 나온 평당 공사비 때문에 항의가 오길래 잘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오로지 평으로만 계산하기 때문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계약을 해지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물론 가벽의 층수를 낮추고 새로 디자인해 드리겠다 말씀드렸지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실 가벽뿐만 아니라 중2층(메조넷, 복층) 공간을 가득 매운 책장 제작비 역시 공사비에 한몫했습니다.)
나쁜 건축주의 요건 중 하나가 도면을 많이 바꾸는 것입니다. 이게 당장 '설계사무소'에게 나 빠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결국 소유자는 건축주입니다. 건축허가를 득하기 전에는 물론 언제든지 바꿔도 됩니다. 지금 다니는 사무실에서 과거 282번째 도면을 수정한 건축주는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가장 최초의 도면과 비교했을 때 벽 하나를 10cm 옮긴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약은 약사에게 건축은 건축사에게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방금 제가 만든 속담) 전 타 분야 전문가를 신뢰합니다. 하라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고 그렇게 했음에도 안되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여 일을 해결하는 타입입니다. 일반인은 자신의 건물을 지을 때 잠깐 건축에 관심을 가질 뿐이지만 건축사는 수 십 년 동안 건축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건축사가 제시한 대안에 대해서 비판만 하기보다는 왜 이렇게 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어떤 합리적인 이점이 있을지 귀 기울일 필요 있습니다.
공사 진행 중에 도면을 바꾸는 건축주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입니다. 시공자나 설계자는 오히려 좋을 수 있습니다. 추가 공사비나 설계변경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손해는 오로지 건축주가 받습니다. 도면으로써 벽 10cm 옮기는 것은 사실 10초 안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마감재가 다 되었는데 10cm를 옮기는 일은 철거비+재시공비 등등 아주 많은 비용이 발생됩니다. 확실한 이유와 돈이 아무리 들어도 반드시 옮겨야겠다면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제일 처음 대안이 좋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간혹 시공자와 불협화음으로 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외로 감정이 앞 서 고소를 하여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건축주는 시공자가 자기 말을 업신여겼다며 교체하려는 분도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머리가 차가워져야 합니다. 시공사 교체하는 비용은 매우 큽니다. 현장에 있는 장비를 교체해야 하고 모든 계약을 새로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원래 공사비보다 더 높게 나올 확률이 있습니다. 변호사 고용비용과 성공보수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요인은 공사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시간'을 뜻합니다. 시간은 돈이다는 말은 공사현장에서 매우 크게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가령 대출받아서 땅을 산 경우엔 공사기간이 늘어날수록 이자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갑니다. 시공사는 간접비를 더 요구할 수 있으며 하다못해 유치권을 행사한다며 공사를 못하게 점령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건물이 근생이나 어떤 이익을 내기 위한 건물이라면 특히 시간은 돈일 수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지어서 그만큼 임대를 주면 임대비 수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머리를 차갑게 하고 차근차근 계산기를 두드려보시길 바랍니다. 작은 것을 내어주고 큰 것을 취득하는 것이 이득일 때가 많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이 외에도 꽤 많은 경우로 건축주가 손해 보는 일이 허다합니다. 대부분 소탐대실에서 비롯한 문제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사실 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계약서를 잘 쓰는 것이죠. 나쁜 마음을 먹고 들어온 시공사도 계약서를 읽고 노예계약서라며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계약서를 읽지 않고 무작정 사인하는 시공사도 있습니다. 나중에 재판에서 패배의 요인이 됩니다. 계약서를 쓰고 최종 도면이 나왔다 생각되면 그대로 진행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