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어쨌든 쓰자.

by 진짜비밀입니다

난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있다. 이런 경우 보통 녹차나 레몬수를 타오고선 가장 먼저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할 일을 시작한다.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카톡 타임을 제외하고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블로그나 브런치 쓰기다. 블로그엔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좋았던 페이지의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 적고 브런치는 블로그보단 정제된 느낌의 다양한 글을 적는다. 두 작업 모두 재미로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출판 업계에서 종사하는 것을 희망하게 된 지금 나는 약간의 부담감이 생겼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글을 다 쓰고 최종적으로 읽을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은 이게 뭐지?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되지 않는 탓에 한 가지 글에서 오만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정 접속사와 동사가 반복하여 등장하고 형용사가 치덕치덕 붙은 문장이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기껏 써낸 문장은 버리기가 아까워 다음 문단에 넣으려 엔터를 쳐두는 습관이 생겼고, 글이 잘 써지는 듯해 신나게 술술 써내려 가다가도 손가락이 멈추는 순간이 자꾸 늘어난다. 그렇게 형편없는 내 글을 읽고 나면 백스페이스바를 꾹 눌러 공들인 시간의 기록을 전부 삭제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또 어떤 날은 호기롭게 키보드를 꺼내어 글을 쓰기 시작하였으나 몇 시간째 한 문단을 수정만 하다가 동태 눈깔 +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져서 다 던지고 침대로 다이빙하기도 한다. 그렇게 푹 자고 다음 날 다시 책상 앞에 앉으면 오히려 순조롭게 글이 잘 써지기도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책을 읽는 것이 휴식이라 느껴질 만큼 글쓰기는 나에게 많이 버겁다. 남들 앞에 일기장 수준의 글을 매주 내놓는 것도 내겐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고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쓰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 멈출 생각이 없다. 내 모든 글엔 나만의 색이 짙게 드러났으면 해서 글쓰기 강의나 AI의 도움을 최대한 피하고 있는데 이 고집 또한 바꿀 마음이 없다. 꾸준히 읽고 쓰다 보면 내게도 언젠가 누워서도 휴대폰 메모장에 글이 써질 날이 찾아올 거라 기대해 보며 나는 오늘도 업로드를 무사히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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