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나의 봄

by 진짜비밀입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성장하는 봄이 드디어 오고 있다. 힘찬 새싹이 땅을 이겨내는 동안 부지런하자고 마음먹은 나는 금세 늘어지고 두 눈꺼풀이 느슨해진다. 그럼에도 봄은 차분한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일에 능하다. 봄날의 캘린더는 급하게 잡은 약속으로 빽빽해지고 10분이라도 봄볕을 더 쬐려고 밥숟가락을 든 내 손은 바빠진다. 난 봄의 이런 분주함이 좋아서 적극적으로 더 분주해짐을 택한다. 그렇게 오늘도 밖이다. 시야에 찬 표정들은 꼭 다 커진 솜사탕이 손에 쥐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다. 다들 비슷하게 들뜬 마음을 갖고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 이제 눈을 감고 봄을 힘껏 들이마신다. 내쉰다. 몇 번 더 반복한다. 만족한 얼굴로 아까가 영원하길 바라본다. 그러나 봄은 짧다. 방금 나는 봄의 시간은 짧아서 몹시 귀하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붙잡아두고 싶어. 일찍 놔주고 싶지 않아 정말로.


그 사이 봄은 떠나고 없다. 좋았던 우리를 잊으려 애써본다. 잊고 잘 살다가 너무 덥거나 추운 날이 되면 불현듯 봄의 공기는 떠오른다. 아니 사실 잊은 적이 없다. 나는 봄일 때도 봄을 생각하고 봄이 아닌 때에는 봄을 더 많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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