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또 다시,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by 진짜비밀입니다

3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간 친구와 제주도에 다녀왔다. 핑계가 틀림없지만 그래서 저번 주의 글도 올리지 못했다. 하하... 미리 저장해 둔 게 있었다면 예약을 걸어두는 건데 애석하게도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 미리 써둔 글도 없었다. 아무튼! 이번 제주도 여행은 잔잔하고도 격렬하게 이는 제주 바다의 파도와 닮았었다. 친구와 계획한 대로 일과를 보낼 땐 예상한 만큼이나 좋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이번 여행의 동행인 친구 C는 내게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다. 기대감 없이 다니던 대학에서 친구의 친구로 처음 만나 이렇게 두 번째 여행을 함께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사랑둥이 친구 녀석 C는 이번 여행에서도 나를 놀라게 했다. 특별한 계획이랄 것을 세우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그때그때 좋을 대로 여행을 하는 이 친구는 나를 잘 따라주고 잘 웃겨주어 다시 한번 여행은 어디를 가는 지보단 누구와 가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 친구는 분명 빡빡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해야 하는 나보단 덜 예민한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여행에서 원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 좋아"로 일관하며 나를 배려해 준 것이, 아침 6시에 러닝을 뛴다고 유난 떠는 나의 움직임에 잠에서 깨어도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해주는 것이 참 고마웠다. 투덜거림과 불평이라곤 1도 하지 않는 유순한 성정의 소유자와 함께하는 여행은 정말 큰 행운이다.


우리는 3일 내내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짐이 번거롭기도 하고 새로운 인연이 기대되기도 했다. 그곳에서 나는 약간 무례하고 결이 맞지 않다 느껴진 사람도 있었지만 그보다 본인의 얘기를 서슴없이 꺼내주며 마음을 터놓았던 사람들에 금세 정이 들었다. 어쩌면 내일부터 안 볼 사이란 생각에 기꺼이 본인의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일 수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경청하고 함께 심각해줬기 때문에 나도 내 고민을 얘기할 수 있었다. 내 고민을 솔직하게 내놓은 후 밀려오는 약간의 민망함마저 기분이 좋았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직도 일상을 보내다 문득문득 그들이 생각난다. 그 밤에 나눴던 모든 고민들이 부드럽게 해결되고 다들 좋은 인연을 만나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제주 여행은 내게 익숙한 것의 소중함과 새로운 인연을 선물해 줬다. 이번에도 여행은 내게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해 주고 인생에 활기를 돋게 해준 좋은 시간이었다. 이 맛에 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이 3박 4일의 기억은 나를 또 얼마나 살게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벌써 다음 여행 계획을 생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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