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함께 있으면 더 빛나는 것

by 진짜비밀입니다

최근 겨울 작가님의 신작 <모르는 채로 두기>가 출간되어 북토크에 다녀왔다. 10년도 더 지난 세계가 담긴 사진들 덕분에 나는 작가님과 같은 시선에서 그때들을 볼 수 있었고 북토크를 통해 사진과 글의 조화가 이토록 깊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지와 텍스트는 함께 쓰이면 최고의 시너지를 낸다. 사진은 때로 글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반대로 더 조여주기도 하며 사진이 정해진 규격에 끼워 넣은 순간으로만 느껴져 설명이 필요해질 때는 글이 그것을 돕고, 또 어떤 순간에는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이때 글이 앞 사진을 설명하는 형태를 보이거나 사진이 앞 글의 실제라면 이는 그저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과 글의 배치 또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다. 두 장의 사진을 연이어 배치하는 딥틱이 등장하는 순간 책은 한층 더 흥미로워진다. 두 이미지를 동시에 바라보며 하나의 맛으로 음미할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맛의 깊이를 더할지 취사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심히 넘기니 보였던 사진과 글의 배열이 사실은 전부 작가와 디자이너의 계획이었고 이 치밀한 설계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들 아래서 기꺼이 놀아난 독자가 되는 건 아주 재밌는 사건이다.


늘 짐승과 신 사이 그 어딘가를 떠도는 인간에 슬픔을 느끼고 이 슬픈 존재들의 분투를 포착해 온 겨울 작가님은 삶의 목표를 정해두지 않는다 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좇다 보면 인생은 어느새 과정이 되고 수단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난 오히려 인생을 희로애락을 느끼는 하나의 과정이라 여겨왔다. 내가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은 내게 너무나도 커서 어느 순간 모든 사건 위에 감정이 덮여버려 삶에 대한 포커스가 나간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말로만 인생을 즐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사진이 언젠가 나에게 좋은 취미가 될 수도 있겠다고 기대하게 됐다. 찰나를 포착하는 일에 마음을 쏟다 보면 삶 자체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으로 남기겠다 마음먹는 순간부터 셔터를 누르는 동안 그리고 사진첩에서 다시 꺼내어 보는 동안 내 감정은 비슷하게 들떠서 심하게 요동치지 않을 것만 같다.


끝으로 밥상 위에 차려진 늘 먹던 맛의 밥과 반찬은 질리기 십상이다. 우리의 입은 하루 세끼도 같은 음식을 먹지 못하면서 뇌는 자꾸만 익숙한 것만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시와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은 아주 가치 있다. 편안함과 익숙함에만 머무르기보다 예측불가능한 맛에 당황해 보기도 하자.


그리고 이번 북토크의 사회는 이훤 시인님이 보셨다. 난 이 두 분의 우정을 오래도록 사랑해 왔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내 귀에는 둘의 목을 타고 흘러나오는 음성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의 말은 늘 일정하게 격조 있고 내뱉어진 단어들은 문장 속에 꼭 들어맞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감성을 한 스푼 더한 듯이 부담스럽지 않고 과하지도 않다. 우정을 초월한 애정이 느껴지는 둘의 대화를 직접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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