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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물마개 빠지듯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린 이야기

by becoming 채움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일주일, 한 달, 여러 달...

일기장에는 내 멘탈을 잡기 위해 글을 계속 써야만 했으나

공개된 곳에는 글을 쓸 수도, 드러낼 수도 없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너무 많아 그것들이 어느 순간 나를 옥죄어 오는 순간들이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맞는지, 내가 제대로 할 수나 있겠는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자책까지 나아가는 단계가 되자 삶에 그늘이 드리웠다.


이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었고, 실수와 실패에서 배우기는 개뿔.

실수와 실패할 수 있는 상황에 나를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밀어 넣은 나 자신을 자책했다.


그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바로 가족.

평소에 매일 늦는다고 구박했던 우리 남편.

그리고 숙제 안 한다고, 폰 시간 많이 쓴다고 잔소리 했던 우리 둘째.

간간히 기숙사에서 안부를 묻고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던 우리 큰 딸.

그리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었던 찐친.


그렇다.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산다.

결국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힘들 때, 기쁠 때, 슬플 때 내 손을 잡아주고, 내 이야기 들어주고, 나에게 힘을 주는 존재 또한 타인이다.


지금 업무에서 나의 역할에 의미 부여를 한다면,

학교를 위해, 선생님들을 위해, 학생들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선한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 도움을 주려는 것만은 틀림없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지 못하고, 욕조에 물이 차서 고인 물속에서 부유하는 것처럼

내 머릿속이 복잡했으나

어제 부장다모임에서 1시간가량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내 의도와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방향이 명확해졌다.


욕조에 물마개가 빠지듯 돌파구가 생겼고, 물이 쿨럭쿨럭 소리를 내며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갔다.

내 머릿속은 이제야 정리가 되었으며, 물이 빠진 자리에 드러난 내 생각은 더 명확해졌다.


행복하게 일하는 청소부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단지 청소가 아니라 지구의 한 부분을 깨끗하게 만들고 있던 중이라고 했던 것처럼 나는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에,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다고 의미 부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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