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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블비 프로젝트 Aug 06. 2022

프리토타이핑은 만능이 아니다

100가지 프리토타이핑을 한다면서 5개 만에 고비를 만났다

범블비 6주 차, 가장 더운 여름날 범블비는 첫겨울을 지나고 있습니다


붕하!


약 한 달 전 '100가지 가설을 세우고 일주일에 한 개씩 달려보자!'라는 생각으로 팀원 네 명이 모여 범블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6주 동안 5가지의 프리토타이핑이 완료되었고 각각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연결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그간 저희 양봉업자들은 매주 빠르게 진행되는 스프린트로 더위만큼이나 열정에 불타고 있습니다. 벌써 아지트처럼 점 찍은 카페들도 생겼구요. 


지금까지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즐거움에 다른 고민들은 잠시 미뤄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런저런 일들로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표면으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팀 운영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가설을 검증했다!라고 결론짓기에 한 번의 프리토타이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절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토타이핑이란 방법론이자 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IT 서비스에서 프리토타입은 대부분 서비스를 설명하고 사전 신청을 받는 랜딩페이지로 구현이 됩니다. 최근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면서 빠르게 시장을 검증하고 있는 팀들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범블비도 벌써 네 개의 랜딩페이지와 하나의 인스타그램을 만들어보았으며 이 중 반응이 좋은 것도 있었고 썩 좋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랜딩페이지는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껍데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쉽고 빠른 수단입니다. 프리토타이퍼들은 랜딩페이지를 보고 목표한 반응이 없다면 가설을 검증 실패로 판별하고 다른 가설로 옮겨갑니다. 좋다면 프로덕트나 MVP로 한 단계 나아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좋지 않은 반응이라는 결론을 과연 순수하게 우리의 프로덕트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왼쪽부터 최상단 > 키쥴러 > 맥북티아이의 랜딩페이지 , 구성과 디자인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랜딩페이지의 디자인이 너무 부족해 보여서 신뢰감을 주지 못했을 수 도 있습니다. 한국은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된 사회거든요. 그게 아니라면 타깃 한 페르소나가 잘못됐을 수 도 있고, 혹은 가설을 너무 가혹하게 잡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반응은? 과연 이번 랜딩페이지에서 사전 신청했던 사람들이 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가 타겟한 사람들로 시장은 검증했는데, 그 시장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시장은 학문이 아니라서 너무나도 많은 독립변수로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6주간 프리토타이핑만 하고 있는 범블비가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범블비는 스프린트를 하면서도 이전 프리토타입을 발전시키는 일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범블비를 잘 운영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팀원 한 명이 좋은 곳에 이직하면서 안그래도 없는 리소스가 부족해졌습니다. 캠퍼스타운 계약 기간도 끝나가서 새로운 사무실도 모색해야 했으며 팀원들도 각자 안정적으로 범블비를 하기 위해 재정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 주간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리소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면서 성공적으로 꿀(프로덕트)을 찾을 수 있을지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브런치는 회고를 통해 그간 진행한 다섯 가지의 프리토타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내려놓았는지, 또 어떻게 성장했는 지를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신기한 건 다섯 가지 모두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네요.


다섯 가지 프리토와 다섯 가지의 다른 길


1) 스타트업을 위한 구글 SEO 서비스, 오늘은 최상단 - 서비스 중

우리의 첫 번째 알인 오늘은 최상단은 현재 첫 번째 계약을 따내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에 생각했던 콘텐츠 페이지 제작이라는 방향에서 SEO 아웃소싱으로 전환했습니다. 저희는 SEO를 해보았지만 완전히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외부 전문가를 기용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최상단과 함께 SEO 전문가의 서비스를 가장 저렴하게 이용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연락주세요!) 

사실 가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운영해보며 SEO 구축에서의 인사이트를 얻고 새로운 MVP로 가설 검증을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2) 욕망의 식물원, 잉크 앤 플랜트 - 종료

브랜딩을 하고 싶다는 목적 아래 만들어졌던 식물 브랜드입니다. 아무런 광고 없이도 47명의 팔로워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가설이 시장 문제로부터 기인하지 않았기에 범블비에서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브랜드 컨셉 자체는 좋아서 PO였던 지훤이 개인적으로 운영해 볼 예정입니다. 많관부-!


3) 공동육아를 위한 아이 전용 스케줄러, 키쥴러 - MVP 개발

5일간의 마케팅으로 1,696명에 도달했으며 전환율 11.5%를 달성하며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에 다음 단계인 MVP개발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육아인만큼 아이가 없는 양봉업자들에게는 생생한 인사이트가 필요했는데요. 현재 워킹맘 한분을 객원 팀원으로 모시고 육아 단체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랜딩 신청자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며 핵심 서비스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급구!


4) 나의 맥북 구매 유형은? 맥북티아이 - 새롭게 가설 검증 중

사실 맥북티아이는 두 번째 가설을 검증하고 있는 프리토타입입니다. 지훤과 준석이 멋사 스타트업스쿨에서 범블비 이전에 소비게이터라는 아이템으로 가설을 검증한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 타겟이 명확하지 않았고, 결과까지의 플로우에 아쉬운 부분이 있어 이를 개선하고 새롭게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https://brunch.co.kr/@b4cdc9d512984f3/5

결과적으로 새로운 랜딩페이지도 동일하게 목표했던 구매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이를 큐레이션이 끝나고, 마지막 구매까지 데리고 오는 페이지 구조의 문제라고 보고, 페이지 구성을 바꿔 다시 광고를 집행하며 가설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5) url로 시작하는 탈중앙 SNS, 핀 앤 톡 - 검증 중 

6주 차 프리토로 현재 랜딩페이지를 검증 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다른 점은 하루를 가설을 세우는 데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서로 의견이 통일된 공통 가설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해당 프로덕트는 다음 브런치에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꿀이 고프다

팀원의 각자 개성이 돋보이는 맥북들

"그만둘 거면 빨리 얘기해라, 나 이력서 쓰게"


준석과 제가 장난으로 하는 말이지만 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맞지?). 우리 양봉업자들은 모두 창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모아둔은 돈은 떨어져 가고, 모두 고만고만한 제너럴리스트라 어떤 분야에 엄청난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적지 않습니다. 젊음이라는 실로 많은 기회비용을 사용하고 있기에 지금이 창업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갈림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카페에서 커피 말고 케이크 하나 더 사는 게 어려운 모습을 보면 다 때려치고 다시 직장 들어갈까를 수만 번 고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블비를 하고 있는 지금이 직장을 다니며 두세 개씩 빵을 사 먹던 그 어떤 순간보다 즐겁습니다. 돈 한 푼 안 주는데 매일매일 한 시간 넘게 걸려 출근을 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늦게까지 고민하고, 주말에는 또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볼까를 고민합니다(돈을 안 받아서 재밌는 건가?). 우리가 낸 솔루션에 반응이 생기면 신기하고, 잘 만들어달라는 응원글을 보면 다시 힘을 얻습니다. 또 조금이지만 매출이 생긴 걸 보면 뿌듯하고 범블비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양봉업자들은 한 주 한 주 성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충 때려 맞춘 숫자로 가설을 세웠는데, 지금은 명확한 가설로 얘기하고, 2-3일이 걸리던 디자인 개발이 이제는 하루 만에 끝이 납니다. 마케팅도 처음에는 GA 도 심지 못해서 랜딩페이지의 어디가 잘못됐는지도 몰랐지만 이번 프리토는 UTM 태깅까지 엑셀로 정리해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허점이 많은 팀이지만 진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키쥴러의 객원 팀원과 함께 꿀 비스무리한 걸 빠는 중

그래서 범블비를 최선을 다해 끝내볼 생각입니다. 프리토타이핑을 다섯 개나 했지만,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시장은 산더미처럼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꿀들이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 범블비는 첫겨울을 넘기고 있습니다.


빨리 벌처럼 쏘는 프로덕트로 꿀, 빨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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