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대한민국 죽음사용설명서
집에서 혼자 죽는다고 하면, 고독사, 고립사, 독거노인이 연상될 수 있다. 병원에 갈 형편도 되지 않아 곁에 아무도 없는 비참한 상태에서 죽고, 유족과 연락이 끊겨 지방정부가 시신을 처리하며 유품관리사가 뒷정리를 맡는 그림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 1948- )는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화두를 던진다.
죽음의 문화를 놓고 보면 한국은 대만에 크게 뒤쳐지고 일본보다 다소 뒤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죽음을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의사도, 철학자도, 작가도, 영화감독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를 단순히 국가 간 문화 차이로만 이해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편안하게 죽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에노 여사는 집에서 혼자 죽을만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개호보험(介護保險,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이 어느 정도 정착했음을 든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현행 한국의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아직 갈 길이 멀어 혼자 죽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珍光이 본서를 집필하기 위해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아도 한국에서 죽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한국에서 ‘혼자’ 죽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 발자국 앞서가는 일본의 죽음 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가까운 장래의 한국을 미리 보는 일이기도 하다. 고령의 예비환자로서 쉽게 죽기 어려운 한국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데 참고가 될지도 모른다.
1) 노후는 혼자 사는 게 행복하다
오사카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쓰지가와(辻川)’는 2013년, 60세 이상의 고령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하여(응답자 460명) 의미 있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1) 혼자 사는 고령자의 생활 만족도가 더 높다.
혼자 사는 고령자의 생활 만족도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보다 더 높았다. 혼자 사는 고령자 중 자녀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생활 만족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2인 가구는 남녀 모두 1인 가구보다 만족도가 낮았으며, 특히 여성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더 낮았다. ‘삼식이’(매일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남편을 빗대는 말)를 모시고 사는 여성의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인 듯하다.
아직도 주변에는 혼자서는 라면 하나 끓여 먹지 못하고, 에어컨이나 난방 조절조차 어려워하는 남성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다. 珍光은 1년 가까이 아내의 병수발을 들어본 경력이 있다 보니 스스로 식사를 챙겨 먹는 문제에는 숙달되어 있어 다행스럽다. 전기나 기계를 다루는 데에도 어느 정도 소질이 있다.
‘쓰지가와’는 2016년도에는 고령자의 ‘외로움’과 ‘불안’을 조사하였다. 예상대로 독거 고령자가 동거 고령자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충격적인 결과가 있다.
(2) 1인가구는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만큼 만족도가 올라간다
외로움에 익숙한 독거 고령자는 외로움에 익숙한 동거 고령자보다 생활 만족도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은 일시적인 감정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고 한다. 가정불화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어본 사람들에게 흔히들 하는 질문이 있다. 그들에게 괴로움과 외로움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으면,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요즘은 혼밥이나 혼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음식점에서 여성 홀로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즐기는 모습도 흔히 보는 광경이다. 퇴근 후 회식을 즐기는 문화도 점차 사라져 가는 듯하다. 혼자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사생활이 더 중요해졌다. 대세는 혼자 살기 편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장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다. 고령자의 자살률은 독거 고령자보다 동거 고령자 쪽이 더 높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도 1인 가구일 경우 개입하기 더 쉽도록 되어 있다. 한국만 놓고 보더라도 요양등급 판정, 방문요양, 의료급여, 요양원 입소 등에서 1인 가구가 더 유리하다.
2) 마지막은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일본은 방문요양이나 방문간호 제도가 정착되면서, 집에서 혼자 죽는 재택사(在宅死)를 비교적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택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노인성 만성질환이다.
한국인의 사망원인을 보면, 1위는 암으로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이 163명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뇌혈관질환(뇌출혈, 뇌경색)이나 고혈압성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들 사망률을 합하면 치매는 인구 10만 명당 88명에 달하여 사망원인 2위로 올라간다. 따라서 평화로운 죽음을 가로막는 질병은 ‘암과 치매’라고 할 수 있다. 암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치매는 존엄한 죽음을 방해한다.
우에노 치즈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재택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일본은 병원에서 죽는 비율이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그 대신 재택사와 시설사망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에서 병원사망이 거의 70%에 달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1976년에 이미 병원사와 재택사의 비율이 역전되었다.
한국도 머지않아 이와 같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넘어야 할 허들이 존재한다. 노인의료복지시설(예: 요양원)은 물론이고 요양병원에서 사망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요양원에는 상주 의사와 간호사가 없으며, 요양병원도 사망을 판단할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요양병원은 관행적으로 ‘임종과정에 있음’에 대한 판단을 상급병원에 미룬다. 미루기도 하고 전문의 부재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제도가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다. 보험회사나 행정기관 역시 종합병원이 발급한 사망진단서를 선호한다고 한다. 말기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스피스 기관은 태부족으로 여전히 접근하기 어렵다.
3) 죽는 순간 의사는 필요 없다
임종을 앞둔 고령자에게는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임종기라 하더라도 병원과 시설 모두 24시간 곁을 지켜주지 않는다. 몇 시간 간격으로 회진을 돌뿐이며, 결국 알람이 울려야 간호사가 달려온다. 그래서 ‘병원 내 고독사’라는 말이 나온다. 집에서 정기적인 방문 서비스를 받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우에노 여사는 단언한다. 죽음에는 의사가 필요 없다. 의사는 죽음 이후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때만 필요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오간다고 한다.
“죽는 순간 의사는 필요 없어요. 간호사만으로 충분합니다.”
“죽는 순간 의사도, 간호사도 필요 없어요. 저희 간병인만으로 충분합니다.”
한국도 하루속히 ‘죽는 데 의사는 필요 없다’고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에노 여사는 죽는 순간 의사만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죽는 순간 혼자 죽기를 원한다. 고령자의 죽음은 서서히 진행되며, 본인이나 간병인은 그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임종이라 하여 가족이나 친지가 곁에 모여 있는 것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가능하다면 조용히 떠나게 해주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평소 자주 모이지 않던 사람들이 임종이라고 해서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지나치게 부자연스럽다.
4) 집에서 혼자 죽을 수 있습니까?
“네,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있어도,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혼자 살아도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암이라면 오히려 더 쉽고, 치매여도 가능합니다. 간병보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우에노 여사의 답변으로 보아 일본에서는 25년의 역사 속에서 간병보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간병보험에 해당하는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은 여전히 부족하고 미비하다. 가족을 간병 부담에서 일정 부분 해방시켜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여기에 대해서는 킬케골에서 카프카와 막스웨버에 이르는 수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죽음을 앞둔 당사자가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
그래서 같은 질문, ‘집에서 혼자 죽을 수 있습니까?’에 대해 한국에서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장기요양보험이 있어서 혼자 죽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기보다는, “나 스스로 혼자 편안히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오.”
“법원에 판사가 있듯이 병원은 의사가 꼭 붙들고서 나의 죽음에 대해 어려운 말로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큰 병에 걸리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기만 하오.”
실종선고에 관한 법적 근거는 민법 제27조와 제28조에서 찾을 수 있다. 실종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일반실종은 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불분명할 때,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실종을 선고하는 것으로, 5년이 만료되는 시점에 사망한 것으로 본다. 이때 실종의 개시일은 경찰에 신고한 시점이 아니라,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이후부터 생사가 불분명해진 날이다. 법원은 목격자 진술, 사고 발생 시점, 마지막 연락 시점 등 증거를 종합하여 실종 개시일을 판단한다.
특별실종(위난실종)은 전쟁, 선박 침몰, 항공기 추락 등 사망원인이 될 위험을 당한 경우, 그 종료 시점부터 1년간 생사가 불분명할 때 실종선고를 내리는 것을 말하며, 이 경우 위난 종료 후 1년 만료 시점에 사망한 것으로 본다. 실종선고가 법원에서 확정되면, 배우자나 이해관계인은 판결문과 확정증명서를 가지고 시∙구∙읍∙면의 장에게 신고하여 가족관계등록부에 반영하게 된다.
실종선고와 실종신고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실종신고는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당사자를 찾기 위한 절차인 반면, 실종선고는 법적 절차를 통해 해당 실종자를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과정이다.
실종신고는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가까운 경찰서나 파출소에 전화(112, 118) 또는 방문으로 실종 사실을 알리는 행정∙수사절차이다. 가족, 지인, 일반인 누구나 실종자의 소재 불명 사실이 확인되면 신고할 수 있으며, 실무적으로는 실종자와 연락이 48시간 이상 두절된 경우에 접수가 이루어진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할 경우에는 실종자의 인적 사항, 마지막 확인 시간과 장소, 착용 의류와 소지품, 신체적 특징, 실종 전후 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실종자 전담팀에 배정되어 담당 형사가 수사를 지휘한다. 경찰은 초기 탐문 수사에 이어 주변 CCTV 확인과 통신기록 조사를 진행하며 필요시에는 수색 인력을 투입한다.
실종자가 본인 스스로의 의사로 행방을 감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SNS 활동 기록, 금융거래 내역, 마지막 통화 대상, 이동 경로 등을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종자의 사생활 보호와 명예훼손 방지를 위해 민감한 정보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함부로 대중에 공개하여 2차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실종신고 후에도 가족과 보호자는 적극적으로 실종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미디어에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할 경우, 모든 활동은 경찰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 가족이나 보호자가 경찰 수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수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지시를 따르고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종 사건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실종자의 인권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5년이 지나도록 실종자의 생사 확인이 되지 않으면 경찰은 장기미제사건으로 관리하게 된다. 가족은 가정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하여 상속 개시, 혼인관계 종료, 보험∙연금 지급 등 법률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그럼에도 실종자 정보(인적사항, DNA, 지문 등)는 경찰내부 시스템에 계속 등록하여 새로운 단서가 발생 시 가족에게 통보하고 수사를 재개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