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출처-현대차
25% 관세 폭탄이 현실이 된 미국 수입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던진 가격 동결 선언은 업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 결정은 혼란 속에서도 소비자 신뢰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지시각 4일,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는 6월 2일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모든 차량의 권장소매가격(MSRP)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부터 시행한 25% 수입차 관세 조치로 촉발된 가격 상승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GV80/출처-제네시스
현대차 북미 CEO 랜디 파커는 “현재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안정을 주기 위한 결정”이라며 “판매 실적 호조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는 1분기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제네시스 역시 ‘제네시스 케어스’라는 이름으로 MSRP 동결 방침을 발표했다. CEO 호세 무뇨스는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에 공감하며 이 결정이 시장과 고용에 대한 장기 투자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엘란트라/출처-현대차
반면 일부 경쟁 브랜드는 이미 가격 인상에 돌입했다. 이탈리아의 페라리는 관세 발효 직후 미국 수출 차량 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영국의 이네오스 역시 수입 수수료나 가격 인상 방침을 내놨다. 아우디는 수출 물량을 항구에 묶었고, 재규어 랜드로버는 4월 한 달간 미국 수출을 중단하는 등 극단적인 대응도 등장했다.
가격 인상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는 곳도 있다. BMW는 5월까지 가격 동결을 약속했고 닛산은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한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SF90 스트라달레/출처-페라리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로 보고 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6월 2일까지 직원 할인가를 전면 적용하며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모두 자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머스탱/출처-포드
관세 인상이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 현대차는 파격적인 ‘가격 동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안한 시장에서 신중한 대응을 택한 타 브랜드들과 달리, 현대차는 빠른 결정으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이 전략이 실제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몇 달 간의 시장 반응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