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출처-현대차
세단이 돌아왔다. SUV 전성시대 속에서 단종 위기까지 내몰렸던 세단이 올해 초부터 이례적인 판매 반등을 기록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판매량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격 대비 성능, 연비, 유지비까지 따져보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SUV 중심으로 재편되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랜저/출처-현대차
올해 1분기 세단 판매량은 10만 72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SUV 판매량이 1.6% 감소한 20만 2447대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절대적인 수치에선 SUV가 여전히 앞서지만,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쪽은 세단이다.
현대차의 준중형, 중형, 준대형 세단인 아반떼·쏘나타·그랜저는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1분기 판매량을 살펴보면, 아반떼는 전년 동기 대비 56.2% 증가한 1만 8909대, 쏘나타는 81.4% 급증한 1만 4477대가 판매됐다.
그랜저 역시 1만 9031대로 17.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들 세 모델은 판매 상위 10위 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그랜저와 아반떼만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점과 비교하면, 세단의 인기가 되살아났음을 알 수 있다.
아반떼/출처-현대차
특히 쏘나타는 지난해 1분기 14위에서 올해 9위로 뛰어올랐고 아반떼는 2월 한 달간 6543대를 팔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장 흐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단의 재부상 배경에는 단순한 선호의 변화가 아닌 ‘가성비’ 중심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SUV가 넉넉한 공간과 실용성으로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 신차 평균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부담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쏘나타/출처-현대차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평균 구매 가격은 505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이에 따라 더 저렴하면서도 성능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세단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반떼와 쏘나타다. 아반떼의 기본 트림 시작가는 1964만 원, 쏘나타는 2788만 원이다. 중형 SUV인 쏘렌토가 3550만~4631만 원 선에서 형성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700만~100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특히 쏘나타와 같은 급 SUV와 비교했을 때도 762만 원가량 저렴해, ‘합리적 소비’ 관점에서 세단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그랜저/출처-현대차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 효율도 소비자 선택에 힘을 보탰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최대 21.1㎞/ℓ, 쏘나타는 19.4㎞/ℓ, 그랜저는 18㎞/ℓ의 연비를 자랑한다.
통상 10㎞/ℓ 안팎의 SUV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하면 유지비 절감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SUV의 인기와 고가 전략은 오히려 세단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SUV 수요 증가에 따라 세단 모델들은 잇따라 단종되거나 판매가 축소됐다.
르노코리아의 SM6, 한국GM의 말리부가 대표적이다. 쏘나타조차 단종설에 휘말렸던 상황이었다.
SM6/출처-르노코리아
그러나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라는 ‘3고(高)’ 시대가 도래하며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
SUV의 높은 가격과 유지비 부담이 오히려 세단의 ‘가격 대비 효율’을 조명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세단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대가 가장 많이 구입한 자동차는 아반떼(2246대)였다.
SUV가 지배하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 불황과 소비 패턴 변화 속에서 세단은 ‘합리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대표되는 현대차 세단 라인업이 중심이 되어 세단 시장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아반떼/출처-현대차
유행의 회귀가 아닌,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에서 ‘가성비’와 ‘유지비’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세단의 부활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자동차 시장은 다시 한번,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