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만/출처-기아
지난달, 오랜 침체를 겪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2배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기아의 중형 픽업 ‘타스만’과 KG모빌리티의 전기 픽업 ‘무쏘EV’가 주도한 이 변화는, 한때 쇠퇴 일로에 있던 시장에 강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2025년 5월 20일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픽업트럭은 총 2336대로, 지난해 같은 달(1153대)보다 무려 102.6% 증가했다.
월간 등록 대수가 2천대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2205대) 이후 약 2년 7개월 만이다.
타스만/출처-기아
이번 등록 대수 급증의 중심에는 올해 초 출시된 두 신차가 있었다.
기아의 ‘더 기아 타스만’은 4월 한 달 동안 총 857대가 등록돼 전달보다 792.7% 증가했다. KG모빌리티의 ‘무쏘EV’ 역시 같은 기간 121.1% 상승한 504대를 기록했다.
이들 차량은 출시 초기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타스만은 국내 출시 이후 영업일 기준 17일 만에 계약 대수 4천대를 돌파했고, 무쏘EV는 본계약 시작 2주 만에 3200여 대가 계약되며 높은 수요를 입증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그동안 제품군의 제한성과 도심 운행의 비효율성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어왔다.
무쏘 EV/출처-KGM
2017년 2만 3574대였던 연간 등록 대수는 2019년 4만 2825대를 정점으로 2020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3년에는 1만 8199대로 줄어들며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만대 선이 무너졌다. 2024년에는 더 줄어 1만 3954대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KGM의 렉스턴 스포츠가 전체 판매량의 약 90%를 차지했지만, 해당 모델 역시 점차 수요가 줄면서 시장 전체가 쪼그라든 것이다. 한국지엠의 콜로라도와 시에라, 코란도 스포츠 등도 있었으나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무쏘 EV/출처-KGM
이번 타스만과 무쏘EV의 출시는 기존의 단조로운 라인업에 변화를 주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무쏘EV는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주목도가 높다.
업계에서는 최근 아웃도어 열풍과 캠핑 문화 확산이 픽업트럭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대배기량 엔진으로 인한 연비 문제, 도심에서의 주차·주행 불편함 등 기존의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여가 중심의 차량 수요가 지속되면서 보다 실용적인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스만과 무쏘EV의 등장이 침체됐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하며 “이들이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타스만/출처-기아
한동안 외면받던 픽업트럭 시장은 이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신차가 만들어낸 반등의 파장은 단순한 판매 수치를 넘어, 소비자 수요의 흐름과 시장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