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기차 호황이라더니 “큰 타격 받았다”

by 이콘밍글

전기차 판매 줄고 재고 쌓여
중고차 시장만 홀로 성장세
글로벌 완성차 전략 수정 본격화

Hyundai-assembly-plant-in-the-United-States-1024x576.png

미국 현대차 조립공장/출처-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 4월 역성장하며,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관련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모습이다.


신차 판매 부진과 관세 부담, 재고 과잉 등의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완성차 업계의 긴축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4월 들어 ‘역성장’ 돌입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4월 전기차 판매량이 10만 495대에 그쳤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5.9%,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9.9% 증가한 146만 대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된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소폭 상승해 6.9%를 기록했다. 다만 판매량 자체는 감소세를 보였다.


A-Ford-Motor-Company-factory.png

포드자동차 공장/출처-연합뉴스


전기차 시장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25만 대였던 미국 전기차 판매는 2022년 80만 대, 2022년 120만 대, 2024년 130만 대로 확대되며 전체 신차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에서 8%로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4월 들어 성장세가 꺾이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모터 인텔리전스는 2021년 이후 월간 전기차 판매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완성차들, 투자 계획 줄줄이 축소

전기차 시장 둔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Honda-logo.png

혼다 로고/출처-연합뉴스


혼다는 2031년까지 10조 엔(한화 약 95조 4950억 원)을 투입하겠다던 전기차 기술 개발 투자를 7조 엔(약 66조 8460억 원)으로 축소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캐나다에 150억 달러(약 20조 5390억 원) 규모로 추진 중이던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도 2년 미루기로 했다.


포드는 SK온과 합작한 켄터키주 배터리 공장을 일본 닛산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양측이 배터리 공급 단가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포드 전용으로 운영되던 공장이었지만, 생산량 감소로 현재는 2개 동 중 1개 동만 가동하고 있다.


Volkswagen-Germany-Dresden-Plant.png

폭스바겐 독일 드레스덴 공장/출처-연합뉴스


GM은 이달 8일, 미시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전량 매각했다.


이에 따라 양사가 운영하던 미국 내 합작 공장은 기존 3곳에서 테네시주와 오하이오주 2곳으로 줄어들게 됐다. 해당 공장의 가동률은 각각 40%, 80%로 낮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도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나흘간 울산공장에서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신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기존 생산 라인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와 할인 축소, 소비 심리도 위축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3일부터 시행한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추가 관세도 전기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세 부담으로 인해 제조사들이 가격 할인 여력을 상실하며 소비자 유인책이 줄어든 것이다.


Hyundai-Motor-Group-Yangjae-Office-Building.png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출처-연합뉴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4월 미국 내 전기차 평균 할인 금액은 6886달러(약 940만 원)로, 전달보다 14% 줄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격 문제는 소비자 구매 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콕스오토모티브가 최근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관세가 전기차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중고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 지속

반면 중고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4월 중고 전기차 판매는 전월 대비 14.4% 증가한 3만 8763대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도 2.3%로 상승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테슬라는 전월 대비 27%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중고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47%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쉐보레(8.9%)와 포드(6.0%)가 뒤를 이었다.


중고 전기차의 평균 판매 가격은 3만 5874달러(약 4900만 원)로 전월 대비 2.8% 하락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3.8% 상승했다.


ICE(내연기관) 차량과의 가격 차이도 2000달러(약 270만 원) 이하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고 전기차의 매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재고 변화도 뚜렷

전기차 시장의 수요 변화는 재고에도 반영됐다. 4월 기준 신차 전기차의 재고일수는 99일로, 전월보다 6일 증가했다.


반면 중고 전기차는 재고일수가 소폭 감소해 ICE 차량보다 평균 재고일수가 2일 짧아졌다. 렉서스와 제네시스 등 일부 브랜드는 재고가 빠르게 소진된 반면, 포드·아우디·폭스바겐은 재고가 증가했다.


Nissan-Motor-Co.png

닛산/출처-연합뉴스


이처럼 미국 전기차 시장의 역풍 속에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은 민감하게 조정되고 있다. 생산, 투자, 유통 등 전 영역에서의 전략 재검토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의 향후 흐름은 더욱 치열한 대응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국이 이럴 수가”… 중국차 약진에 업계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