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출처-혼다
혼다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추진해온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발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정책이 전기차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혼다는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혼다가 개발을 중단한 대형 전기 SUV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추진 중이던 핵심 전략 차종이었다.
프롤로그/출처-혼다
이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포드와 토요타가 같은 시기에 선보일 계획이던 3열 전기 SUV들과 경쟁할 예정이었다. 일본 니케이신문은 8일, 혼다가 이 계획을 철회하고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혼다의 첫 전기 SUV인 ‘프롤로그’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조짐이 감지되면서 혼다는 전기차 전략을 재조정하게 됐다.
특히 대형 전기 SUV의 경우 개발과 조달 비용이 상당히 높고 판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영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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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 따라 오는 9월 30일 이후부터는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30만 원)에 달하던 전기차 연방 세액공제가 폐지된다. 혼다는 이 조치가 전기차 구매 수요를 급감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닛케이는 “혼다는 미국 내 대형 전기 SUV 시장의 수요가 더디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전기차 보급 속도가 이전보다 더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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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책 변화는 혼다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포드는 대형 전기차 개발을 철회했고 닛산은 미국 내 생산을 계획했던 전기차 2종의 개발을 중단했다. 토요타도 2026년 출시 예정이던 전기 SUV의 생산을 2028년으로 연기했다.
혼다는 지난 5월, 2031년 3월까지 전기차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총 10조엔(약 93조 6440억 원)을 투자하려던 기존 계획을 30% 줄여 7조엔(약 65조 5500억 원)만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투자 축소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닛케이 아시아는 혼다가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 7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전략 수정으로 그 목표 달성이 불확실해졌다고 전했다. 다 내년부터 ‘혼다 0 시리즈’ 전기 SUV와 세단 모델은 예정대로 출시할 방침이다.
0 시리즈/출처-혼다
한편, 혼다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2027년부터 2031년 사이에 총 13종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을 세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며 이 중 북미 시장 전용의 대형 SUV도 포함돼 있다.
혼다가 전기차 전략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그 전환의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브랜드 첫 전기 SUV인 ‘프롤로그’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963%나 증가했다. 그러나 총 판매량은 1만 6318대에 그쳤다. 이는 혼다 미국 라인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전기차 시장이 아직까지는 대중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혼다의 전략 수정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프롤로그/출처-혼다
한편 니케이는 지난 6월, 글로벌 제휴가 무산됐던 혼다와 닛산이 미국 시장 내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급변하는 정책과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재편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