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변화 / 출처 : 연합뉴스
하반기 글로벌 전기차 전쟁터는 미국이 아닌 유럽이 됐다.
미국은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이 9월로 조기 종료되며 전기차 수요가 꺾인 반면, 유럽은 친환경 규제와 보조금 확대를 바탕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 전기차 신모델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며 점유율 경쟁에 나섰다.
전기차 시장의 변화 / 출처 : 뉴스1
미국 전기차 시장은 확연히 냉각됐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분기 미국 BEV 판매량은 전년보다 6.3% 줄었고, 이는 2021년 이후 처음 있는 분기별 감소세였다.
같은 기간 전체 신차 판매는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었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조기 종료 결정이 있었다. 지난 7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세제 혜택을 오는 9월 30일까지만 제공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신차 구매 시 받을 수 있었던 최대 7500달러 상당의 세액공제가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벤츠는 미국 내 전기차 가격을 최대 16% 인하하겠다고 밝혔지만, 북미 지역 2분기 판매량은 14% 줄었다.
전기차 시장의 변화 / 출처 : 연합뉴스
반면 유럽은 전기차 반등 흐름이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 내 BEV 판매량은 119만 대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25% 급증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포함하면 전기동력차 비중은 전체 신차의 25.7%에 달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EU의 배출가스 규제와 각국의 보조금 부활이 맞물린 결과였다. 영국은 일정 가격 이하 전기차에 구매액의 10%를 지원하고, 독일은 법인용 전기차에 세액공제를 강화했다.
탄소배출 저감 압박에 대응해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을 대거 출시한 것도 한몫했다.
유럽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을 가장 먼저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시장의 변화 / 출처 : 연합뉴스
현대차와 기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반기 유럽 BEV 판매량은 각각 4만 6380대, 5만 5915대로 전년보다 33%, 60% 급증했다. 이는 양사가 유럽 시장 점유율 4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아는 “미국 수출이 관세로 둔화되며 유럽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하반기 ‘EV4’·‘EV5’ 출시를 예고했고, 현대차도 ‘아이오닉 9’, ‘아이오닉 2’ 콘셉트 공개를 준비하며 적극 대응 중이다.
규제가 곧 시장이 된 유럽에서, 전기차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