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갈등 확산 /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공동주택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한 공동체가 아니라 갈등의 무대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순천에서는 택배기사들이 출입 보증금과 엘리베이터 이용료를 요구받았고, 울산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 전원이 갑질을 이유로 사직서를 냈으며, 부천에서는 경비원이 더운 여름에도 선풍기를 못 쓰는 현실이 드러났다.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부터 택배기사들에게 공동 현관문 카드 보증금 5만 원과 연간 5만 원의 엘리베이터 이용료를 내라고 했다.
아파트 갈등 확산 / 출처 : 연합뉴스
기사들 가운데 일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10만 원을 내고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집 앞까지 배달을 원하면서 기사에게 돈을 내라니, 이건 통행세가 아니냐”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여론은 단숨에 들끓었다.
관리사무소는 “보안과 시설 훼손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라고 해명했지만, 순천시는 곧바로 관내 모든 단지에 공문을 보내 요금을 거두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결과적으로 방침은 철회됐다.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 9명이 동시에 사직서를 냈다. 이들은 “반복되는 언어폭력과 모욕적 발언, 부당한 지시로 더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했다”라고 호소했다.
아파트 갈등 확산 / 출처 : 연합뉴스
직원들은 휴가 일정조차 동대표의 회의에서 논의돼야 했고, 명절 수당도 일방적으로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직원 전원이 집단 사직을 결심했으며, 관리사무소는 사실관계 확인을 지자체 조사를 통해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천에서는 한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선풍기를 치우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비실에 에어컨조차 없는 상황에서 나온 요구라 많은 시민들은 분노했다.
해당 사연은 경비원이 직접 쓴 호소문을 통해 알려졌고, 또 다른 입주민은 “근무 환경 보장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라며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라”라고 호소했다.
아파트 갈등 확산 /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에서도 수십 년 된 낡은 에어컨으로 여름을 버티는 경비원들이 많았다.
서초구 잠원동 한 아파트 경비실에는 25년이 넘은 ‘골드스타’ 에어컨이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재건축을 앞두고 시설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갈등의 뿌리를 없애려면 입주민과 관리주체가 서로를 동등한 생활 주체로 인정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에서 존중이 사라질 때, 그 피해는 결국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두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