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성과급 / 출처 :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직원들에게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할 전망이다. 1인당 1억 원이 넘는 성과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성과급 천장’이 사라지면서, 경쟁사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9월 1일 임단협 교섭을 통해 기존 기본급의 1000%로 제한됐던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을 완전히 없애기로 잠정 합의했다.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SK하이닉스 성과급 / 출처 : 연합뉴스
지급 방식도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PS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나눠 지급한다. 이 기준은 향후 10년간 유지된다.
HBM 시장 호조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37조~39조 원으로 예상된다. 반기보고서 기준 직원 수 3만3625명으로 계산하면, 최소 추정치로도 1인당 1억 원 이상의 성과급이 가능하다.
연봉 1억 원을 받는 직원의 경우 성과 평가에 따라 1억1000만 원에서 1억35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초 받았던 평균 7500만 원보다 최대 80% 늘어난 금액이다.
SK하이닉스의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9월 2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이재용 회장에게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이 공문은 전영현 DS부문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에게도 함께 발송됐다.
SK하이닉스 성과급 / 출처 : 연합뉴스
노조는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삼성전자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EVA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투자금 등 자본 비용을 차감한 값으로, 삼성전자가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계산 방식의 구체적인 수치가 직원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는 이를 두고 “직원 누구도 계산 과정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상한 폐지 결정은 반도체 업계를 넘어 재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현재 임단협을 진행 중인 다른 대기업들 역시 노조로부터 유사한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 성과급 / 출처 : 연합뉴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파격 보상’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대만 TSMC는 지난 7월 직원 1인당 86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업계 표준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하는 SK하이닉스와 10%에도 못 미치는 다른 제조업체들은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무분별한 성과급 인상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반도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급을 무작정 인상하는 것은 주주 이익에도 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9월 4일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찬성표가 다수를 차지할 경우, 이번 파격적인 합의안은 최종 확정되며, 한국 재계의 성과급 전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