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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의 반격에 당황한 중국 기업들

by 이콘밍글

유럽 폭염과 규제 속 선택 바뀐다
중국은 ‘저가·간편’, 한국은 ‘친환경·효율’
승부처는 전기요금과 설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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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에어컨 시장 / 출처 : 연합뉴스


유럽의 여름이 길고 뜨거워지면서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이 유럽인들의 안방을 채우고 있다.


지난 8월 프랑스 르파리지앵이 파리와 남부 지역의 에어컨 자가 설치 사례를 전하며 폭염 경보가 확산했다고 전했고, 시민들은 밤에도 식지 않는 더위에 창문으로 배기 호스를 내미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유럽의 틈새를 공략한 중국산 에어컨

유럽은 오래된 석조 건물과 공동주택이 많아서 외벽을 뚫고 실외기를 다는 공사가 까다롭다. 그동안은 전기요금이 높고 도시 미관을 중시하는 문화가 겹치면서 에어컨 보급이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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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에어컨 시장 / 출처 : 뉴스1


이런 틈새를 중국 업체가 파고들었다. 7월에 중국의 유럽행 에어컨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59퍼센트가량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마이디어는 상반기 유럽 판매가 35퍼센트 증가했고 프랑스에서는 68퍼센트 급증했다고 전했다.


벽을 뚫지 않아도 되는 이동식과 벽걸이형이 가격과 설치의 문턱을 낮추면서 ‘일단 빠르게 시원해지는 방법’이 유럽의 임시 표준이 됐다.


삼성과 엘지는 규제와 요금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중국의 약진이 유럽 시장을 선점한 것은 맞지만 한국에게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고지수 냉매 사용을 제한하고 누출 규제와 효율 기준을 강화했다. 삼성과 LG는 이 조건을 해법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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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에어컨 시장 / 출처 : 연합뉴스


두 회사는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냉난방공조 전시회에서 자연냉매 알 이구공을 적용한 고효율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냉매의 지구온난화지수는 매우 낮아서 규제 대응에 유리하고, 고효율 설계는 전기요금 절감이라는 소비자의 당장 이익과 맞닿는다.


초기 점유율은 대략 4퍼센트에서 7퍼센트 수준이지만, 규제 친화적 기술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축으로 신뢰를 쌓으면 프리미엄 수요를 꾸준히 흡수할 수 있다.


지금의 승부는 누가 더 시원한가가 아니라 누구의 시원함이 더 합리적인가에 가깝다. 이동식은 싸고 빨라서 당장 유리하지만 소음과 전력 소모가 크고 냉방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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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에어컨 시장 / 출처 : 연합뉴스


반면 프리미엄 고정식은 설치와 승인 절차가 번거롭지만 전기요금과 유지비를 합산한 총소유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


프랑스 정부와 유럽연합은 향후 수년에서 수십 년 사이에 가정 냉방 장비가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는 초기 선택이 습관이 되는 시장의 특성과 겹친다.


실외기 배치와 설치 간소화, 앱으로 제어하는 연결성 같은 생활의 디테일이 전기요금의 숫자와 만나 설득을 완성하면 선택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폭염이 일상이 된 유럽에서 에어컨은 안전장치가 되어가고 있고, 다음 여름의 표준을 누가 먼저 생활 속에 자리 잡게 하느냐가 승부의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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