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악성 미분양 / 출처 : 뉴스1
“분양만 받으면 수천만 원씩 오른다던 말은 다 옛날 이야기죠.” 최근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지만 계약을 포기했다는 40대 직장인 A 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영끌’해서 집을 사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다 지어놓은 새 아파트조차 외면받는 ‘악성 미분양‘이 쌓여가며 부동산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새 아파트는 계속 지어지는데 정작 집값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서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심각한 악성 미분양 / 출처 : 뉴스1
지난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 통계’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차갑게 얼어붙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가장 심각한 지표는 ‘준공 후 미분양’, 일명 ‘악성 미분양’이다.
이는 아파트를 다 지었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해 텅 비어있는 집을 말하는데, 이 수치가 전국적으로 2만 7584가구에 달했다. 이는 지난 7월보다도 1.9% 늘어난 수치다.
특히 문제의 심각성은 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의 무려 83.9%, 즉 2만 3147가구가 지방에 몰려있다.
대구가 3702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남(3314가구), 경북(3237가구), 부산(2772가구)이 그 뒤를 이었다.
심각한 악성 미분양 / 출처 : 연합뉴스
건설사 입장에서는 집을 다 지어놓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자금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4만 6252건으로, 불과 한 달 전보다 28.0%나 급감했다.
수도권은 37.5%, 특히 서울은 51.0%나 줄어 거래가 절반으로 뚝 끊겼다.
전문가들은 지난 6월 27일에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조치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히면서 집을 살 여력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심각한 악성 미분양 / 출처 : 연합뉴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집을 지으려는 움직임도 멈춰 섰다. 8월 주택 착공 물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4.2%나 줄었고, 새로 건축 허가를 받은 인허가 물량도 39.9% 감소했다.
지금 당장의 거래 절벽이 미래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 대해 정부는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도 이미 꺾인 매수 심리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팔리지 않는 집이 쌓이고 거래마저 끊긴 부동산 시장의 겨울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