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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세계 4위서 추락한 업계

by 이콘밍글

30조 원대 자금줄이 걸렸다
정부와 채권단의 최후통첩
기업들은 여전히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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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임박 / 출처 : 뉴스1


한때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석유화학 산업이 이제 생존을 위한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와 주요 은행들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금줄인 약 30조 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결론은 단호했다. 기업들이 먼저 뼈를 깎는 구조조정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추가적인 금융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산업의 쌀’에서 ‘천덕꾸러기’로…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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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임박 / 출처 : 뉴스1


석유화학 제품은 플라스틱부터 합성섬유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이 때문에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국가 경제를 이끌어왔다.



특히 나프타분해시설(NCC)은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만드는 핵심 설비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4위의 생산 능력을 자랑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부상이다. 과거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이 대규모 설비를 자체적으로 갖추면서 더 이상 한국 제품을 수입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저가 제품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을 막아서는 경쟁자로 돌변했다.


“합치거나, 줄여라”…고민 깊어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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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임박 / 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명확하다. 바로 ‘자발적 사업 재편’이다. 겹치는 사업은 과감히 통폐합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는 줄여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10대 석유화학 기업에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울산, 여수, 대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에서는 이미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다.



원유를 공급하는 정유사를 중심으로 여러 석유화학 회사를 하나로 묶는 ‘수직 계열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각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인수합병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복잡한 과정인데, 연말까지 구체적인 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너무 촉박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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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임박 / 출처 :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업 결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줄여주거나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먼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보여주고, 실현 가능한 사업 재편 계획을 제시해야만 금융 지원도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과거 호황기에 안주해 변화의 시기를 놓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석유화학 산업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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